[게임 톡톡]안방에서 탈출한 게임, 교육과 생활까지 바꾼다

오피니언팀 종합, 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

입력 2016-07-22 03:00 수정 2016-11-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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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요즘 ‘포켓몬 고’가 열풍입니다. 이를 계기로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것’, ‘집 안에서 화면이나 보면서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10∼65세 인구의 68%가 게임을 하고, 게임시장 규모는 10조5700억 원에 달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

문 밖으로 나온 게임

“매일 다니던 길 위에 포켓몬이 떠다니니 얼마나 신기해요. 다른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궁금하다며 연락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안 해 볼 수는 없잖아요.” ―김혜옥 씨(38·경동대 영양사)

“이젠 미국 뉴스에까지 속초가 나와요. 다들 한국에서는 아직 할 수 없는 게임인데 속초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정말 재밌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바네사 씨(26·속초의 초등학교 영어교사)

“급하게 ‘포켓몬 고’를 하러 온 사람들 중에서는 충전기를 챙겨 오지 못한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조배터리를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다음 주말에는 ‘포켓몬스터’ 원작 만화 주인공의 모자를 팔아 보려고요.” ―이표 씨(29·대학생)

“게임 속 도우미 캐릭터라는 콘셉트로 인터넷방송을 하러 나왔어요. 전날 밤새 김밥을 싸서 아침 차로 바로 속초에 왔죠.” ―최이준 씨(29·인터넷TV BJ)

“방 안에 숨겨진 물건과 단서를 찾아내 잠긴 방문을 열고 탈출하는 ‘방 탈출 게임’이라는 장르가 있어요. 원래는 컴퓨터 게임이었는데, 이걸 실제로 방에 꾸몄죠. 컴퓨터 게임 속 환경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실제로 단서가 숨어 있지 않은 곳도 뒤져 보세요. 게임과 관련 없는 장식품이라고 붙여놔도 소용이 없어요.” ―염승민 씨(25·일산 방탈출카페 ‘esc’ 직원)

“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려면 내가 몸을 똑같이 움직여야 하는 ‘닌텐도 위’를 운동 목적으로 샀어요. 덕분에 테니스장에 안 가도 테니스를 칠 수 있게 됐어요. 이젠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화면을 조종하는 것만으론 만족을 못 하게 된 게 아닐까요.” ―박주연 씨(23·대학생)



시대를 알려 준다


“전 게임 귀신이었어요. ‘갤러그’는 끝까지 다 깨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동전 하나 넣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그랬거든요. 오래 하다 보면 오락실 사장님이 눈치를 채요.” ―조성훈 씨(52·선진문화인쇄 기획실장)

“20대 초반엔 ‘스타크래프트’가 국민 게임이었죠. 혼자서는 할 줄도 모르니까 친구들이 알려줬어요. 그때부터 오락실은 많이 가지 않게 됐죠.” ―임호철 씨(52·안경점 사장)

“포켓몬스터를 16년 동안 좋아한 마니아예요. ‘포켓몬 고’의 인기는 당연한 거예요. 세계에서 오래된 팬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충일 씨(22·대학생)

“옛날 오락실에서 했던 게임들에 비교하면 지금 PC, 모바일 게임들은 그래픽도, 내용도 크게 발전했죠. 제가 하는 ‘크래시 오브 클랜’도 전략을 세우고 머리를 써야 하는 복잡한 게임이에요.” ―김영철 씨(37·장례지도사)

친밀감을 더해준다

“마트에서도 딸과 아빠가 함께 ‘포켓몬 고’를 하더라고요. 폭넓은 연령대에게 익숙한 콘텐츠이다 보니 ‘키덜트’와 아이들 둘 다 즐긴다고 생각해요.” ―유성훈 씨(23·대학생)

“일상에서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온라인 게임 속에서 채팅으로 말 못 할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아요. 제 생일엔 그걸 알리고 축하해 주는 사람도 있었죠.” ―김모 양(18·고등학생)

“장애인에게 게임을 배우고 가는 비장애인 분들도 계세요. 장애인을 접하고 익숙해지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라는 데에도 의미가 있죠.” ―박비 씨(30·장애인을 위한 게임카페 ‘모두다 게임공간’ 대표)

“일곱 살 때 아빠랑 영화관에 딸린 오락실에 갔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러면서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꿈은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인터넷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김윤수 군(11·초등학생)

중독 아니면 직업병

“프로게임 경기에 나가서 지면 인터넷에 심한 악성 댓글(악플)이 많이 달려요. 특히 저는 여자 선수였기에 외모에 대한 악플이 많아 힘들었죠.” ―임수라 씨(31·한국e스포츠협회 직원)

“오락실에서 오래 일하면 귀에 무리가 오죠. 제가 귀 고막이 거의 나간 상태예요. 잘 안 들려요. 여기서 10년은 일했거든요.” ―장태석 씨(47·오락실 운영)

“4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한 적도 있어요. 대학생 대회 우승도 했죠. 프로게이머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유행하는 게임이 바뀌면 치명적이거든요. 수명이 짧은 직업이에요. 전 벌써 나이가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강제우 씨(21·대학생)

“게임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들은 빠르게 수익이 나는 게임을 원합니다. 그러다 보면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기는 힘들어져요. 노동 강도도 높아지고요. 아직도 과로사하는 사람들 소식이 종종 들려요.” ―김모 씨(28·게임 기획자)



콘텐츠 접목은 필수


“속초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희귀한 몬스터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어제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그 골목은 구경할 게 없는데 뭐 하러 가냐’며 의아해하셨어요. 그런데 새로운 여행법이잖아요. ‘포켓몬 고’가 게임과 여행이 결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같아요.” ―고성배 씨(33·출판사 직원)

“오락실이 지금은 한물갔어요. 댄싱 게임기인 ‘펌프 잇 업’만 해도 예전에는 인기 많았죠. 대학에서 기계를 통째 빌려가기도 했어요. 지금은 대형 특수기계들을 설치하는 추세예요. 오락실도 생존을 위해 변하고 있죠.” ―장태석 씨

“‘마인크래프트(블록을 쌓아 기계를 만들어 동작시키거나 마을을 만들어 운영하는 게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천히 생각을 해야 하는 게임이에요. 많은 기업들이 게임을 코딩교육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영욱 씨(43·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및 플랫폼 사업 총괄 부장)

“올해 1분기 게임산업 매출액은 2조4339억 원입니다. 게임산업이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이고, 게임산업 종사자는 8만7000명이 넘습니다.” ―조영기 씨(43·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2015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5788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포켓몬 고’의 열풍을 보면 ‘증강현실(AR)’ 기술의 접목도 중요하지만 포켓몬스터라는 ‘지식재산’ 활용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산업 성장은 앞으로 관련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안병도 씨(38·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선임연구원)

 
오피니언팀 종합·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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