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키우려 ‘청소년 심야이용’ 규제 풀겠다는 정부

이지은기자 , 전승훈기자

입력 2016-07-19 03:00 수정 2016-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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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4년만에 폐지 논란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청소년들의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18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이 참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청소년보호법에 규정돼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 등을 골자로 한 ‘게임문화 진흥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문체부가 보고한 이번 안에 따라 2012년부터 여가부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심야시간대(자정∼오전 6시)에 인터넷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4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는 그 대신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게임 이용을 요청하면 게임 접속 제한을 풀어주는 ‘부모 선택제’로 바꾸기로 했다.

부모 선택제가 시행되면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도 부모의 허락 절차를 거쳐 당국에 신청하면 미성년자의 ID로도 심야시간대에 온라인 게임에 접속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성희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부모 선택제의 세부적인 신청 절차는 현재 여가부와 함께 논의 중”이라며 “그러나 심야시간대 청소년의 PC방 출입은 또 다른 법안에 따른 규제이기 때문에 당장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와 여가부는 막판 협상을 거친 후 20대 국회에서 부모 선택제를 내용으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과도한 게임 몰입에 대한 사회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시류에 따라 국가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청소년 보호 단체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는 수면권을 보장해 주고, 게임으로 인한 부모와 아이들 간 갈등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태 조사를 한국경제연구원이 종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제도 시행 이후 게임 과몰입군의 비중은 전년(2.50%) 대비 67% 줄어든 0.82%로 낮아졌다. 과몰입위험군 비중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헌법재판소도 2014년 셧다운제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소송에서 “청소년들의 높은 인터넷 게임 이용률과 게임 과몰입에 따른 부정적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이번 진흥계획안에 대해 “포켓몬 고, 알파고 열풍에서 보듯 게임은 디지털시대의 보편적 여가문화이자 주요한 콘텐츠 산업”이라며 “‘게임은 마약’이 아니라 ‘게임은 문화’로 보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게임업계 측은 “셧다운제가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켜 한국의 게임산업 발전을 크게 위축시켜 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희범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게임산업 진흥과 청소년과 가정의 보호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포켓몬 고, 알파고와 같은 세계시장에 내놓을 게임을 개발하려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지 심야시간대 게임을 하는 청소년 유저를 늘린다고 해서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육부총리를 지낸 황우여 전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소년 관련 법안은 ‘게임산업의 진흥’이라는 측면에서만 봐선 안 되며 청소년 보호와 교육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인정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청소년 보호라는 국가적 임무를 부모의 선택에 떠넘기기보다는 국가가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학교 교육에도 게임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2019년까지 게임 관련 직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게임 마이스터고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7∼2018년 게임 관련 맞춤형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초등학생의 방과후 학교, 중고교의 자유학기제·자율동아리활동과 연계해 게임을 활용한 창의성 교육 및 진로개발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전승훈 raphy@donga.com·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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