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에 홀린 세계… 이용시간, 페북 추월

김재희 기자, 부형권 특파원 , 신무경 기자

입력 2016-07-15 03:00 수정 2016-09-1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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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33분… 페북은 22분… 운전중에도 게임하다 사고 속출
국내선 관련 여행상품도 등장
한국, 증강현실 기술개발에만 초점… 콘텐츠 갖춘 제품개발엔 뒤처져


미국 나이앤틱사가 개발해 미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선보인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의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유력 언론에선 “인간과 컴퓨터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미래상을 보여 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게임에 몰두한 나머지 교통사고가 속출하고 있고, 이를 활용한 범죄까지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 트위터와 페이스북 제친 ‘포켓몬 고’

미국 뉴저지 주의 한 기업에서 인턴 근무를 하고 있는 김병수 씨는 14일 “주변 모든 사람이 포켓몬에 홀린 듯 고개를 꺾고 스마트폰의 AR 화면을 보면서 걸어 다닌다”며 “갈수록 사용자가 늘고 너도나도 ‘포켓몬 고’ 얘기만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 퀸스의 한 피자 레스토랑은 10달러(약 1만1500원)를 들여 포켓몬 캐릭터 10여 마리를 레스토랑으로 불러들여 매출을 75%나 늘렸다.

시장조사기관 서베이멍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포켓몬 고’ 일일활동사용자(DAU)는 서비스 시작 다음 날인 7일 400만 명을 시작으로 8일 600만, 10일 900만, 11일 110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구글지도(약 1500만∼1550만 명)를 능가할 기세다. 앱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센서타워의 조사 결과(11일 기준, 아이폰사용자)에 따르면 ‘포켓몬 고’ 사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33분 25초로 페이스북(22분 8초), 스냅챗(18분 7초), 트위터(17분 56초), 인스타그램(15분 15초)을 제쳤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국가로도 ‘포켓몬 고 신드롬’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포켓몬 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정식으로 내려받을 수 없는 포켓몬 고를 내려받을 수 있는 ‘비법’이 소개되고 있다.

열풍이 거세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12일 밤 뉴욕 주 오번에선 운전자가 게임을 하다가 도로변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펜실베이니아 주에선 13일 오후 15세 소녀가 포켓몬을 잡으려고 국도 교차로를 횡단하던 중 자동차에 치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욕경찰(NYPD)은 ‘포켓몬 고 게임과 운전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계도 활동을 시작했고, 맨해튼의 일부 지하철역에는 ‘포켓몬 고 때문에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경고문이 나붙었다.


○ 국내에서 포켓몬 고 여행상품까지 등장

14일 국내에선 포켓몬 고를 할 수 있는 강원 속초를 오가는 왕복 여행 상품이 소셜커머스에 등장했다. 관광 일정은 하나도 없고 단순히 속초를 오가는 버스만 제공하는 상품에 단시간에 300명 이상이 몰렸다. 이날 온라인에서는 강원도 일부나 울릉도뿐만 아니라 백령도나 전남북 일부 등에서도 게임이 가능하다는 설이 나돌았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서 포켓몬 고를 내려받은 사용자는 41만 명(13일 기준)에 이른다.

국내 일부 지역에서 작동하는 이유는 나이앤틱사의 서비스 지역 구분 방식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 지역을 국가 경계선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설정한 작은 마름모꼴별로 구별하면서 강원도 일부 지역이 남한이 아닌 것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정부가 구글에 지도데이터 반출을 불허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게임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이날 “포켓몬 고는 정밀 지도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은 게임”이라며 “한국은 서비스 지역에 해당하지 않아 게임을 할 수 없는 것이지 지도데이터 반출과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 포켓몬 고 신드롬에 ‘웃픈’ 한국 AR 산업

위치 기반 AR 게임인 포켓몬 고의 등장으로 한국의 AR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실 AR 기반 게임은 한국에서 먼저 시도했고 상품도 먼저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은 2009년 1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모바일 혼합현실 기반 체험 투어 기술’ 개발에 나섰고 KT는 2011년 ‘올레 캐치캐치’라는 이름으로 포켓몬 고 같은 게임물을 먼저 만들었다. SK텔레콤도 2015년 현실 공간에 태양계 행성 이미지를 덧대는 과학 콘텐츠를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포켓몬 고’가 나오지 못한 요인으로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비즈니스적 요소를 발굴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 포켓몬 고 ::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한 게임이다. 스마트폰에서 게임 앱을 실행한 뒤 특정 장소를 비추면 스마트폰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오고 이를 사냥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들이 있는 현실 공간이 게임 배경이 되는 셈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신무경·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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