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박수룡]위작과 대작의 미술계, 신뢰의 토대 다시 쌓아야
박수룡 서양화가
입력 2016-07-06 03:00 수정 2016-11-23 17:01
박수룡 서양화가
주변을 보면 한국미술에 대한 자부심이 약하고 평가에 인색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 미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밀도가 낮고 새로울 게 없는 서양미술, 특히 뉴욕의 아류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대필 연예인 그림 판매 사건, 잊을 만하면 나오는 위작 시비, 고미술품 부정 유통 사건 등이 우리 미술의 자긍심을 낮추고 있다.조지 오웰이 전체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그해 TV는 사람을 감시하는 나쁜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는가? 비전을 예술의 도구로 활용했던 백남준으로서는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잘못된 전제였다. 그것을 메시지로 삼아 신문명의 도래를 알리는 영상축제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예술가는 백남준이었다.
서양화가 남관은 어떠한가. 가시적인 것보다는 인간 내면의 심상적인 세계를 표현해 내는 데 주력했고 환상적인 색채와 조형성을 마치 상형문자처럼 구사해 냈던 그의 작품을 보면 동서양 문화의 어느 일부도 놓치지 않고 완전하게 융합시켰다.
오늘날 우리 미술인들은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다. 많은 미술인이 국제미술전에 입상하고 우리의 새로운 미술을 선보이며 당당히 평가받고 있다. 한국 미술인들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가능하기까지는 백남준, 남관, 김환기 등이 국제무대에서 쌓아 온 땀방울, 2년마다 미술의 첨병 역할을 해온 광주비엔날레 유치, 그간의 범정부 차원의 행정지원 덕분이다. 시대 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한국인의 주체적 발상으로 현대미술의 세계를 깊게 들여다보고 새로운 물줄기를 찾아냈기에 국제 미술계가 한국이라는 새로운 미술시장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우리 영화 속에서 임권택의 ‘취화선’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준다. ‘취화선’은 처음으로 미술이라는 장르를 순수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 한국영화사의 금자탑이다. 관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었으며, 과장과 왜곡을 하되 들을 거리를 주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작품을 자신이 그리지 않았다고 하고, 검찰 조사에서 가짜로 나온 위작을 진품이라 주장하는 작금의 현상과 싼값의 인건비로 대작 시비를 애매모호하게 얘기하는 연예인과는 다르다.
미술품도 선진국처럼 신뢰를 높여야 한다. 서양인들도 한국인이 서양의 미술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이야기를 하기를 원하고 있다. 수재와 영재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돌아왔고 1년에 몇백억 원 단위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서울이다. 겉으로는 미술 붐에 마취되었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우리의 미술 기반은 아직도 그대로다. 멈춰 서서 현대미술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박수룡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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