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논란이 된 민간인 사찰 사례

배석준 기자 , 장관석 기자

입력 2016-07-06 03:00 수정 2016-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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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기무사, 시민단체 관계자 15명 감시
불법사찰 인정… 1억여원 배상 판결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문제는 과거 정부에서 종종 불거져 사회정치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 등과 교류한 민간인들을 광범위하게 검경이 수사할 수 있어 자칫 전 국민 사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영란법 위반 수사를 명분으로 정치권력이 눈엣가시 같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수사기관이 관내에 거주하는 비판 언론의 편집국장 동향을 상시 사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에는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이 불법 행위였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검경이 응당 해야 하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수사 행위가 된다.

2010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는 블로그에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게시했다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후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사람을 사찰해 쫓아내거나 감찰을 받도록 한 불법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이 포함된 500건의 동향 파악을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 대법원장,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민간인 등의 동향 파악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

2009년에는 미행과 캠코더 촬영으로 개인 활동에 관한 동향을 군 정보기관이 감시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9년 8월 5일 경기 평택역 광장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시위 현장을 국군기무사령부 대위가 캠코더로 촬영하다 시위대에 빼앗기면서 불법 사찰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사찰을 당한 최모 씨 등 시민단체 관계자 15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억여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재판 과정에서 기무사 측이 확보한 사진과 영상, 메모 등에서 사찰 행위가 확인됐다. 기무사 측은 사찰 대상자의 거주지, 자동차 등록번호와 차종, 함께 식사하거나 투숙한 인물 등 사생활에 관한 자료들을 다수 확보했다.

기무사의 메모에는 민간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하게 사찰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2009년 7월 15일 오후 8시 40분경 사무실 앞에서 황모 씨, 정당 당원인 정모 씨와 저녁 식사를 한 사실’ ‘2009년 7월 23일 오후 8시 55분 신혼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중개업자와 함께 ○○교회 뒤편 빌라를 방문한 사실’ ‘전모 씨가 이모 씨와 2009년 1월 9일 저녁 자기 차량으로 강화도 펜션에 합류한 사실(차종과 차량번호 기재)’ 등이 적혀 있었다. 또 담배를 피우는 일상적인 장면도 기무사 측이 미행해 직접 촬영한 점도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민간인에 대한 불법 감시는 국가 공권력이 집행되는 가운데 은밀하게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직무관련자의 경우 식사비가 3만 원만 넘어도 검경이 조사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행위 수사를 명분으로 많은 국민을 광범위하게 사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된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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