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 회장의 국악사랑

한우신기자

입력 2016-06-30 03:00 수정 2016-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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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해태제과 그룹, 명인들과 유럽 돌며 ‘한국 풍류’ 전파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문하영 주체코 한국대사(왼쪽에서 네 번째)가 체코 프라하 루돌피눔 드보르자크 홀에서 열린 ‘한국의 풍류’ 공연에서 국악인들과 함께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제공
“국악은 나를 바닥에서 건져준 명약이었습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71)이 처음 국악에 빠져든 건 1998년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부른 외환위기에 크라운제과는 부도를 맞았다. 아버지 고 윤태현 회장이 일구고 자신이 키운 회사가 위기를 맞자 그의 마음도 흔들렸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윤 회장은 종종 서울 북한산에 올랐다. 하루는 북한산 바위에서 쉬고 있는데 맑은 가락이 들려왔다. 누군가의 대금 연주 소리였다. 윤 회장은 “그때 들은 대금 연주는 심신이 지친 나에게 큰 위로가 됐고 회사를 다시 일으킬 힘을 줬다”라고 회상했다. 크라운제과는 다시 살아났고 2005년에 해태제과까지 인수했다.

그때부터 윤 회장은 국악을 전파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국악인들이 솜씨를 뽐낼 기회가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2004년 창신제(創新祭)라는 정기 공연을 만들었다. 이후 매년 열리는 창신제는 전통 국악과 퓨전 국악이 어우러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12년에는 윤 회장과 회사 임직원 100명이 창신제에서 판소리 ‘사찰가’를 불렀다. 진정한 ‘떼창’이었다. 당시 윤 회장은 떼창을 이끄는 도창자(導唱者)로 나섰다. 윤 회장과 임원들은 지금도 매주 화요일에 함께 시조창을 하고 회의를 시작한다.

윤 회장의 국악 사랑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윤 회장은 이달 22일부터 국악 명인들로 이뤄진 양주풍류악회와 유럽을 돌며 국악 공연 ‘한국의 풍류’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풍류는 윤 회장이 국악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일본 도쿄에서도 3차례 공연을 펼쳤다. 유럽 공연은 이번이 처음으로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26일 베를린, 28일 체코 프라하에서 공연했다. 마지막 공연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다. 공연이 열릴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은 빈의 대표적인 공연장 중 하나다. 1812년 개관한 이곳에서 동양 음악 공연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회장은 2007년에 민간 국악단 ‘락음국악단’도 만들었다. 2013년부터 매년 10월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의 창설도 주도했다. 국악은 쓰러질 뻔한 윤 회장을 깨운 소리였다. 국악이 더 많은 이를 깨우게 하기 위해 늦깎이 국악인이자 기업인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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