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서방 세계가 처음 만난 中 젊은 혁명가 마오쩌둥

황성호기자

입력 2016-06-28 03:00 수정 2016-06-28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내 전기는 이 책으로 대신한다 ―중국의 붉은 별(에드거 스노·두레·2013년)

20세기의 혁명은 이전 혁명들과 차이가 있다. 특히 언론의 역할이 다르다. 사람들은 대륙을 뛰어넘어 혁명이 일어나고 진행되는 과정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게 됐다. ‘중국의 붉은 별’도 그런 맥락의 작품이다. 20세기 저널리즘의 기념비라고 평가받는 이 책은 중국의 혁명가인 마오쩌둥(毛澤東)과 미국인 기자인 에드거 스노의 만남으로 탄생했다.

중국에서 한 서방 언론의 특파원으로 일하던 스노는 1936년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서방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마오쩌둥과 그가 이끄는 공산당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 그는 국민당이 점령한 지역을 비밀리에 떠나 마오쩌둥과 만난다. 마오쩌둥과 공산당은 서방 언론을 위해 일하는 스노를 박대하지 않고 매우 호의적으로 대한다.

마오쩌둥은 4개월 동안 스노에게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상세히 말해준다. 미국 등 서방 세계를 바라보는 중국의 젊은 혁명가의 시선도 스노의 취재 대상이었다.

이 책의 영향은 거대했다. 그동안 서방 언론들은 국민당이 전하는 마오쩌둥과 공산당 소식에 의존하고 있었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중 마오쩌둥이 몇 번이나 사망했다는 오보가 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붉은 별이 출판된 이후 서방세계는 마오쩌둥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책이 가진 한계도 크다. 젊은 혁명가의 카리스마 때문일까. 책에서 마오쩌둥은 젊고 유능하며, 결코 권위적이지 않은 지도자로 그려진다. 마오쩌둥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자국민의 엄청난 희생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스노 역시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마오쩌둥의 행태를 보고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나온 ‘중국의 붉은 별’ 개정판은 이전에 출간된 판본과는 달리 현대 중국어 발음에 충실하게 인명과 지명을 반영했다. 이를테면 이전 판본에는 ‘서안(西安)’이었던 것을 ‘시안’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세계 3대 르포 문학으로 꼽히는 만큼 책의 흡입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