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엔 여전히 ‘유치 현수막’… 상처 치유 시간 걸릴듯

강성명기자 , 강정훈기자 , 이권효기자

입력 2016-06-23 03:00 수정 2016-09-2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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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후폭풍]
밀양-가덕도 투자 외지인들… “땅 팔아달라” 발동동
김해공항 주변 주민들은… “소음피해 더 커질것” 걱정속
제대로 된 이주보상안 기대도


매일신문 1면 백지 항의 대구 매일신문은 22일자 1면을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문구만 게재해 사실상 백지로 발행했다.
10년을 끌어온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도, 경남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자 부산과 밀양, 대구 등 해당 지역에서는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부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치인들의 아귀다툼에 애꿎은 주민들이 휘둘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 인접 지역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등 신공항 용역 결과의 후유증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찬반 엇갈린 김해공항 주민들


22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근처에서 만난 주변 주민들은 “차라리 잘됐다. 제대로 된 이주보상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공항 소음피해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최인석 씨(65)는 “항공기 이착륙 굉음으로 잠 못 드는 밤이 부지기수”라며 “공항 확장에 앞서 이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식당 주인도 “가덕도나 밀양으로 공항을 옮기는 것보다 백번 나은 결정”이라며 “손님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서구 명지동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렌터카 업체나 택시 운전사는 혜택을 볼지 모르겠지만 공항 안에 편의점 식당 커피숍 등이 많아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백남기 김해공항 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이주하지 못하는 마을은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존 김해공항 남북 방향 활주로 인근 소음 영향권역에는 25개 마을, 702가구가 있다. 전체 소음 피해지역은 16.47km²다. 주민들은 활주로가 1개 더 건설되면 최소 1000가구가 추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고향 떠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부산시가 공항을 유치하려 했던 가덕도. 전날 용역 결과가 발표됐지만 여전히 공항 유치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대항마을에서 외양포로 넘어가는 길은 도로 확장·포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새바지와 대항마을에는 최근 빌라와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해 10여 채가 공사 중이거나 입주를 마쳤다.

토박이인 김상수 대항어촌계장(74)은 “고향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어민도 “보상 몇 푼 받아 봐야 도움도 안 되고 살길이 막막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3개 마을을 맡고 있는 황영우 통장(52)은 “신공항 후보지에서 빠졌으니 10여 년간 묶여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를 풀고 어촌민박 허가 등 관광지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지역 원주민들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다만 밀양은 최근까지 신공항 유치를 기대한 투기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탓에 곳곳에서 실망감도 감지됐다. 밀양지역은 3.3m²에 14만 원이던 농업진흥지역의 논이 23만 원, 도로변은 35만 원까지 올랐다. H부동산 송모 사무장은 “외지인에게 넘어간 농지가 60% 이상”이라며 “크게 투자한 사람들은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오전까지는 매물이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으나 이제는 처분을 의뢰하는 연락만 온다”고 덧붙였다.

최충경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장은 “주민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민선 단체장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중요한 사업일수록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으고 집단지성에 의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반발 기류 심상찮은 대구


매일신문 1면 백지 항의 대구 매일신문은 22일자 1면을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문구만 게재해 사실상 백지로 발행했다.
대구시는 22일 공식 입장을 내고 “김해공항의 활주로를 1개 확장 시 3800만 명 수용이 가능하다는 용역 결과는 기존의 판단과 상당히 괴리가 있다”며 “검증단을 구성해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은 22일자 1면을 기사와 광고를 뺀 백지 상태로 발행했다.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한 줄 문구만 넣었다. 매일신문 측은 2면의 설명에서 “신공항 건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정부에 대한 시도민의 강력한 항의 규탄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영남권 신공항은 절대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밀양=강정훈 manman@donga.com /부산=강성명 /대구=이권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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