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결정 수용 불가피”… 지역 의원은 “농락당했다”

송찬욱 기자 , 한상준 기자

입력 2016-06-23 03:00 수정 2016-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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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후폭풍]‘김해공항 확장’ 뒤숭숭한 정치권

김부겸, 대구 민심 설명?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방안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이 나자 “이명박 정권 때와 같은 논리로 국민을 속였다”고 반발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됐지만 ‘불안한 봉합’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겠다”며 당내 후폭풍 차단에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갈등을 유발한 정부의 책임을 탓하면서도 결정을 뒤집긴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산과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 지도부는 ‘수용’… 지역 의원은 ‘반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2일 영남권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김해 신공항과 관련된 입법과 예산 확보를 위해 필요한 국회 차원의 모든 뒷받침을 해나갈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도 “TK 지역도 PK(부산경남) 지역도 다소 서운한 감정이 다 있는데 이것을 정치권이 자꾸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27일에는 국회에서 영남권 5곳의 시도지사와 후속 조치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덕도와 김해공항을 지역구로 둔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부산 북-강서을)는 간담회에 참석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에게 “김해공항 확장으로 소음 피해 ‘제로’인 24시간 운항 가능 공항이 과연 가능하냐”고 따졌다. 한 참석자는 “김 원내수석이 계속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이 말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는 지역 간 갈등 구도를 유발하는 약속이나 공약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신공항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영춘 비대위원(부산 부산진갑)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먹튀’가 이뤄졌다”며 “장고 끝에 악수가 내려졌다”고 반발했다.

네팔에 머물고 있는 부산 출신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공약했다. 9일에는 직접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찾기도 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문 전 대표가) ‘가덕도가 신공항이 돼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신공항 논란이) 지역 간 분열과 갈등만 초래했다”며 “이 건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도 부산 출신이지만 박 대통령이나 문 전 대표와 달리 2012년 대선에서 영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점을 부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신공항 놓친 TK 복잡한 속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대구 동을)는 이날 “(김해공항 확장 결론을) 저부터 납득이 돼야지 국민한테 설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태옥 의원(대구 북갑)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TK 지역의 항공·물류·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정부가 동대구에서 김해공항까지 환승 없이 연결하는 철도를 놓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TK 지역 의원은 “동대구에서 부산이나 마산으로 가는 전철이 이미 있는데 도로와 철로를 놓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면 경제성이 있다고 나오긴 쉽지 않아 미봉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TK 지역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으로 지역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는 게 맞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대구가 지역구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은 이날 “지역분들은 1년에 1만 명에 가까운 젊은이가 지역을 떠나는 것을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잡아보자는 절박한 호소를 했던 것”이라며 “그 자체가 이런 식으로 농락당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다만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김 의원이 지역 여론에만 매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무작정 대구 여론만 대변하다가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거물’로 발돋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찬욱 song@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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