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신던 구두, 명성 되찾을 것”

최혜령기자

입력 2016-06-22 03:00 수정 2016-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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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아’ 형지그룹서 인수 1년… 상반기 매출 14% 증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백화점 1층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매장 중 하나가 에스콰이아였다. 에스콰이아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구두를 만든 업체로도 유명했다.

1961년 토종 제화업체로 출발한 에스콰이아는 40년 이상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영에이지, 미스미스터 등 한때 한국 제화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모두 에스콰이아 산하에 있었다. 그러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서울 명동 매장이 문을 닫았으며 급기야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에스콰이아를 인수한 사모펀드 H&Q AP코리아가 2011년 사명을 ‘이에프씨(EFC·에스콰이아 패션 컴퍼니)’로 바꾸면서 회사 이름까지 잃어야 했다.

지난해 6월 패션그룹 형지가 인수하면서 회사 이름은 ‘형지에스콰이아’로 바뀌었다. 그 후 1년. 형지에스콰이아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1일 형지에스콰이아에 따르면 출범 1년 만에 매장 수가 지난해 말 184개에서 올해 5월 234개로 27% 늘었다. 하나둘 철수했던 백화점에도 다시 진출해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75곳에 매장을 뒀다. 대형마트와 아웃렛 매장도 늘렸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1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0억 원)보다 14%가량 늘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제품 경쟁력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형지에스콰이아는 구두 뒤축에 보형재를 넣어 신을 때 뒤축이 꺾여도 다시 복원되는 E-리턴 기술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구둣주걱이나 손가락으로 잡지 않아도 되는 국내 유일의 뒤축 복원 구두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형지에스콰이아 관계자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품질을 높이는 노력이 회사를 다시 성장시키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전 직원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마케팅에도 변화를 줬다. 15년 만에 배우 모델을 기용해 TV 광고도 시작했다. 배우 박서준과 지소연이 등장한 광고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2200만 번 재생됐다.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구두 상품권 발행도 중단했다. 비정상적인 유통 경로로 싼값에 거래되는 구두 상품권이 늘어날수록 회사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패션그룹 형지가 가진 물류 시스템을 공유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조직을 개편한 것도 기업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형지와 에스콰이아 직원들이 잘 융합될 수 있도록 강조한 것도 성과를 냈다. 형지에스콰이아 강수호 대표는 “패션그룹 형지와 함께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써 준 결과 1년간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대한민국 대표 패션제화 기업의 지위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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