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에게
서동일 산업부 기자
입력 2016-06-10 03:00 수정 2016-11-23 16:23
서동일 산업부 기자
‘사표를 낸다고 하니 입사할 때보다 더 큰 축하를 받았다. 꿈과 비전, 이런 단어를 잃은 지 오래였고 사무실에서 시들어갔다. 행복은 그저 주말 출근을 피하는 것뿐이었고, 하루살이처럼 일을 처리했다. 주말 2일을 위해 5일을 희생하고, 연 2회 휴가를 위해 1년 야근을 했다. 적당히 일하고 눈치보다 퇴근하는 미지근한 삶.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페이스북 퇴사학교 t-school.kr/ 내용 중, 좋아요 182회, 공유 560회)직장인 마음을 찌르는 문구입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이 글에 남겨진 1000여 개의 댓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건 진짜 내 이야기구나. 얼마 전 술자리에서도 했던 이야기인데….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대학-취업-결혼-아이-내 집 마련-은퇴라는 쳇바퀴에서 벗어나고 싶다.’
입사 5년 차, 퇴사를 준비하는 7년 차, 퇴사 후 창업 1년 차가 함께하는 저녁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 보았습니다.
“냉장고에서 보약을 꺼내 먹는 부장, 차장의 모습이 내 미래라고 생각하면 정말 암울해. 술 마시면 미래보다는 ‘왕년’을 얘기해. 난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퇴사 준비하는 7년 차)
“정해진 날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얼마나 안정적이냐. 회사가 전쟁터라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드라마 대사도 있잖아.”(입사 5년 차)
“매일 윗사람이 시키는 의미 없는 일,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정말 좋아.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당분간 결혼은 못 하겠지만.”(창업 1년 차)
기자는 올해 초 연애 6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지칠 때면 당시 취업준비생이었던 아내에게 “우리 싹 정리하고 2년 세계여행이나 갈까”라고 물었는데 항상 “좋아”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위로가 됐습니다.
5년 차에 접어들고, 정말 다른 일이 하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내도 취업에 성공해 2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똑같이 물어봤습니다. “갈까?” 곧바로 돌아오는 대답. “싫어.” 이유를 물어보니 “지금 직장에서 하는 일이 좋고, 안정적인 월급도 만족스러워. 지금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라고 했습니다.
약간 배신감도 느꼈습니다. 직장 20년 차 대기업 임원에게 털어놓으니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직장이 익숙해져 낯선 환경을 꿈꾸는 건데 그런 마음이야 내게도 있어. 누구의 엄마, 아빠나 직장의 부속물이 아닌 온전한 자신이 되고 싶다지만 구체적 모습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해. 망설임 없이 퇴사 사유를 적을 수 없다면 더 신중해야 해.”
오늘 사표를 미리 써 놓으려 합니다. ‘퇴사 사유’는 빈칸으로 남겨놓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사표를 다시 꺼내 적으려고 합니다.
서동일 산업부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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