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경의 남쪽’, 분단과 탈북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조유경기자

입력 2016-06-08 18:09 수정 2016-11-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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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역사적,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현실을 종종 마주한다. 북한의 난데없는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나 외국 식당에 근무하던 20대 북한 여자들의 갑작스런 탈출 소식 같은 것 말이다. 남북 분단 71년. 서로에 대한 애틋한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양측의 갈등 만이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스크린과 무대에선 북한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우리 민족’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도 그러하다.

올해로 30세가 된 서울예술단은 2006년에 개봉한 동명영화를 창작가무극으로 만들어냈다. 30년이란 시간동안 남북문화교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던 서울예술단이 탈북자와 통일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의미를 더한다.

줄거리는 이렇다. 북한에서 연인사이였던 선호와 연화는 갑작스런 선호의 탈북으로 헤어지게 된다. 선호는 연화의 탈북을 돕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해 돈을 벌어 브로커에게 맡기지만 사기를 당한다. 그런데 북에서 연화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고 좌절한 선호는 자신의 곁을 지키던 경주와 새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1년 뒤, 연화가 선호를 보기 위해 탈북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선호는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된다.

남녀의 사랑을 통해 남북 분단과 민족의 애환을 그리는 전개방식은 관객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만큼 뻔한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다. 또한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에 맞춰져 탈북부터 고달픈 서울살이까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많다.

특히, 이동식 다리 무대와 빨간 조명 아래 태양절 공연을 준비하며 군인 역으로 분장한 인민들, 그리고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선호의 가족의 모습 등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눈에 띄는 것은 뮤지컬 ‘빨래’에서 보여준 추민주 연출의 ‘서민살이’의 모습이 ‘국경의 남쪽’에서도 배어나온다. 배를 주린 것에는 벗어났지만 나이트클럽, 치킨 집 등 밤새 일하며 돈을 버는 선호의 고달픈 서울살이를 표현하면서도 선호의 가족과 선호의 새 연인 경주가 유쾌함과 훈훈한 서민의 삶을 보여주면서 소박한 행복을 그려낸다. 동시에 ‘분단’과 ‘탈북’이라는 소재의 묵직함을 조금은 덜어내어 무거움과 재미의 밸런스를 조절했다.

넘버 역시 밸런스를 잘 살렸다.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 2악장의 클래식부터 군악대 음악, 북한 가요 등 다양한 장르로 극의 전개를 돕는다. ‘눈물 콧물 짜는 코미디’, ‘빙빙빙’, ‘반갑습니다’ 등 경쾌한 음악은 극의 재미를 살리고 ‘나는 여기 너는 거기’,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서정적인 멜로디는 극의 감동을 더한다.

‘국경의 남쪽’의 히어로는 연화 역의 최주리다. 북한말로 표현하자면 ‘직사포’같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무대를 메운다. 객원 멤버이긴 하나 그 동안 서울예술단의 최대의 단점이었던 가창력 부분을 깔끔히 채워줬다. 선호 역의 박영수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을 펼친다.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6만 원.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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