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신약 다양화에 R&D 역량 집중…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미래 먹거리 찾아

최혜령기자

입력 2016-06-03 03:00 수정 2016-06-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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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강국의 길]보령제약

위장병 치료제 겔포스, 진해거담제 용각산 등으로 잘 알려진 보령제약은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개발한 주역이다. 현재 카나브 단일 약품으로만 연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카나브는 혈압을 상승시키는 효소가 다른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식으로 혈압을 떨어뜨린다. 보령제약은 1998년부터 카나브 개발을 시작해 12년간 총 500억 원을 투자했다. 2010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았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치료제 시장이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시장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당뇨, 고지혈증 등 다수의 대사성 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통합 치료가 가능하도록 카나브를 다양화하는 데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이뇨제와 카나브를 결합한 이뇨복합제를 출시한 데 이어 고지혈증복합제 등 8개 분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카나브 패밀리’로 2020년에는 국내외에서 2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보령제약의 미래 전략이다. 최태홍 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면 혁신의 원천을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고 신약 개발 속도도 빨라진다”고 강조했다. 보령제약이 운영하는 보령중앙연구소는 가톨릭대 의대, 국립암센터,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항암제 개발 분야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1일에는 도네페질 패치형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기업 라파스와 공동 개발 및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도네페질은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유효성분이 피부에 직접 침투하기 때문에 먹는 약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보령제약의 설명이다. 약을 먹기 어려운 고령 치매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령제약은 임상시험을 담당하고 전 세계 판권을 보유하며 라파스는 제조 및 공급을 맡는다. 치매 치료제뿐만 아니라 인슐린, 뼈엉성증(골다공증), 알레르기 치료제와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수입에 의존했던 원료의약품을 자체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원료의약품은 정밀화학 분야에서도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 성분 피타바스타틴, 알레르기 치료 성분 펙소페나딘 등은 이미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항암제 원료의약품인 독소루비신과 항우울제 설트랄린 등의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며 향후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항암제 신약 개발도 시작했다. 정상세포에 악영향 없이 특정 암세포만 찾아 죽이는 표적치료제를 연구 중이며 간암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암세포를 증식시키는 유전자를 치료용 자살 유전자로 바꾸는 신개념 항암제도 연구하고 있다. 최 사장은 “전체 매출액의 7%를 차지하는 R&D 비용을 10% 이상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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