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유종]‘철강’ 피츠버그의 변신

이유종 국제부 기자

입력 2016-05-23 03:00 수정 2016-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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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 바이슈 크리슈나무르티는 지난해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 재활용 로봇 제작회사 클린로보틱스를 세웠다. ‘버릴 물건은 없다’는 어머니 말씀을 되새기며 재활용 로봇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창업육성 프로그램 알파랩기어의 도움을 받아 자금 사무실 장비를 마련했다. 피츠버그의 벤처캐피털 이노베이션워크스가 2008년부터 운영 중인 알파랩기어는 창업 기업들에 2만5000∼5만 달러(약 3000만∼6000만 원)를 지원하고 지분 5∼9%를 받는다. 지금까지 160개 기업에 5200만 달러(약 620억 원)를 투자했다. 투자한 기업들 자산은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피츠버그가 로봇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로봇’과 지명의 뒤 두 글자를 따 ‘로보버그’라 불릴 정도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철강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도시였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19세기 말 카네기철강을 세운 피츠버그에는 미국 최대 종합제철회사 US스틸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지역 미식축구팀의 팀명도 ‘피츠버그 스틸러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호황으로 큰돈을 벌었다.

피츠버그가 로봇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철강산업의 쇠퇴였다. 1970년대 후반 철강업이 급속히 무너지면서 1986년까지 11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1983년 실업률은 17.1%에 달했다.

1982년 딕 손버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미래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주의회와 신생 기업들에 기술 자본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벤 프랭클린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리처드 칼리귀리 피츠버그 시장은 지역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는 ‘전략21’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폐허가 됐던 존스앤드로플린 철강 공장에는 피츠버그기술센터(PTC)가 들어섰고 피츠버그생명기술센터, 카네기멜런로봇연구소 등이 이곳에 입주했다. 창업보육과 R&D 지원이 활발해지자 철강산업에 가려졌던 피츠버그의 ‘로봇 DNA’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츠버그의 로봇 연구 역사는 깊다. 전기기기 제조회사 웨스팅하우스는 걷고 담배를 피우며 700단어를 구사하는 로봇 ‘일렉트로’를 1938년에 개발했다. 카네기멜런대가 로봇 연구의 중심 역할을 했다. 로봇 산업에 관심이 많은 구글은 2011년 피츠버그의 옛 과자공장 터에 사무실을 열었다.

철강도시 피츠버그는 이렇게 산업구조를 재편해 1989년부터 현재까지 14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2025년까지 8만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덕분에 펜실베이니아 주는 연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의 추가 세원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경제학회는 2018년 중국이 한국의 철강산업을 압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스코 본사가 있는 경북 포항은 30년 전의 피츠버그와 비슷하다. 포스코가 힘을 잃으면 포항도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체질 개선에 성공한 피츠버그를 연구해야 한다. 변신의 시기를 놓친 조선업의 실패를 철강산업이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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