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재협상 - 주한미군 철수’ 트럼프 당선땐 현실이 될수도

부형권특파원

입력 2016-05-05 03:00 수정 2016-05-05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美대선 트럼프 vs 힐러리]
한미동맹 뿌리까지 흔들릴 우려… FT “기존의 생각 모두 버려야 할것”


“북한과 맞닿은 남한의 국경에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하루하루 위험 속에서 지내는 그들이 남한을 지키는 유일한 존재다. 그런데 그 대가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남한)은 많은 이윤을 남기며 우리에게 물건을 판다. 이 모든 걸 바꿔야 할 때다.”

사실 관계가 많이 틀렸다. 한국의 방위가 주한미군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안보 사안을 양국 간 무역 경쟁과 연관짓는 발상도 비논리적이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의 저서 ‘망가진 미국’에 나오는 말이다. 대통령후보가 된 트럼프의 소신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복잡해진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4일 “트럼프의 대(對)한반도 발언이 다분히 선거용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의 정책 방향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걱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된 이 순간부터 정치든 외교든 경제든 기존의 전통적인 생각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이 전례 없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한국이 내는 돈(약 9200억 원)은 푼돈(peanut)”이고, “충분한 방위비를 내지 않을 거라면 스스로 방어하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안보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를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지만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강한 압력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는 국제 관계에서도 말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워싱턴 정치인들은 중국을 ‘적’이라고 부르기를 꺼리지만 환율까지 조작하며 미국 경제를 파괴하는 중국은 분명히 우리의 적”이라고 했다. 뉴욕의 한 소식통은 “안보와 경제 양 측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외교적 처신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얘기도 나온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한미 경제동맹의 근간인 FTA까지 손대려 할 수 있다. 트럼프 캠프 좌장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수출이 매년 100억 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수입만 120억 달러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가 미국에 득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