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테슬라 전기차 돌풍, 현대차의 운명은?

허문명논설위원

입력 2016-04-14 03:00 수정 2016-04-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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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정신이 팔린 중에 최근 두 가지 뉴스가 와 닿았다. 하나는 ‘김정은이 “지상, 공중, 해상, 수중 등 임의의 공간에서 핵 공격을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11일 조선중앙통신)는 기사였다. 현대 무기에서 가장 위협적이라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포함해 다양한 발사 실험을 하는 모양이다.

또 하나는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의 새 전기차 ‘모델3’ 예약 주문이 개시 일주일 만에 32만5000대를 넘었다(8일)는 거였다. 완전히 다른 사안인 듯 보이지만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둘 다 대한민국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사람이 차를 몰면 불법”
 
시중에 화제가 된 것은 단연 테슬라 전기차였다. 모델3를 수입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아 2000만 원대, 지원금이 줄고 관세를 감안한다 해도 4000만 원대면 살 수 있다는 댓글이 많이 붙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친환경차의 전 세계 판매량이 전년보다 17.8% 늘어난 235만 대, 2020년엔 800만 대가 넘을 것이라 예상한다. 테슬라는 전기차에 장착시킬 최첨단 배터리 5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짓는 중이고 초고속 충전시설인 ‘슈퍼 차저(Super charger)’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카 경쟁’으로 불리는 자동차업계의 빅뱅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은 애플이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딴 코드명으로 여러 채 건물을 비밀리에 운영 중인데 전기차 개발 조직으로 추정된다고 전한다. 적어도 5년 뒤 애플 전기차가 나올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구글도 알파고에서 보여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무인 자동운전기술 개발에 매진 중이다. 2018년 자율주행 전기차 상용화를 목표로 시범운행 중인데 누적거리만 300만 km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바닥에 깔린 맨홀 뚜껑 모양의 무선충전 장치를 통해 자기공진 방식으로 파워를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휘발유나 경유를 쓰지 않고 전기로만 달리는 차가 대세가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자동차를 사람이 아니라 AI가 운전하는 시대가 되면 운전대, 페달, 브레이크 같은 장치도 사라질 것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사람이 모는 차는 AI가 운전하는 차에 비해 너무 위험하다. 앞으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게 불법이 될지도 모르는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일전에 만난 현대자동차 임원은 “우리의 경쟁자는 이제 도요타나 GM이 아니고 애플 구글 테슬라”라며 “현대차도 잘 대응해 가겠지만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의 경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시 차가운 현실 앞에
 
아이폰 출현 이후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등 전통적 이동전화 제조업의 절대 강자들이 쇠락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그의 말은 비장하게 다가왔다. 테슬라가 GM 포드 벤츠 현대차 도요타를 따라잡지 못하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달 말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누적판매 1억 대를 돌파한다는 경사스러운 소식에 가슴 뿌듯하면서도 마냥 기쁠 수만 없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고용과 국내총생산(GDP)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차발(發) 위기는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선거는 끝났다. 미증유의 안보와 경제위기 앞에 대한민국은 다시 차가운 현실과 마주 섰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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