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뒤 공공기관장 빈자리 26곳… ‘政피아’가 또 꿰차나

박민우기자 , 장윤정기자

입력 2016-04-11 03:00 수정 2016-04-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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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떠나거나 곧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총선 직후 ‘낙하산’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벌써 금융회사 사외이사나 감사 등의 요직을 ‘정피아(정치권+마피아)’들이 차지하고 있다. 총선 출마 등의 이유로 임기 도중 하차한 공공기관장 자리도 5곳이나 비어있는 상태라 이들 기관의 경영 공백도 심각한 상황이다.


○ 총선 이후 공공기관장 빈자리 26곳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에 따르면 316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아리랑TV, 한국보육진흥원 등 모두 7곳이다.

이 가운데 5곳은 총선 출마(비례대표 신청 포함)를 위해 기관장이 중도 사퇴했다. 임기를 채운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도 새누리당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총선 이후 상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도 많다. 올해 6월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19곳이다. 당장 이달 정진승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소장, 김기영 국제원산지정보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과거 총선 직후 벌어진 일들을 감안하면 이 자리를 두고 공천과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위한 논공행상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로 4년 전 19대 총선 이후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 등이 정치권에서 날아와 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다음 달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농촌경제연구원(KERI) 등 국책연구기관장의 임기도 줄줄이 끝난다. 국책연구원은 정부 정책 수립에 긴밀하게 관여하기 때문에 정부의 국정철학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금융권은 벌써부터 ‘정(政)피아’ 논란

이미 금융권에서는 정피아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정계에 몸을 담았거나 여권과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최근 금융 공기업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전문성 없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금융권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일 친박계 서병수 부산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인 김영준 씨를 예탁결제본부장(상무)으로 영입했다. 지역 언론사 출신인 김 씨는 금융 관련 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금융공사도 최근 여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용선 사외이사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서 선전국장과 교육원 부원장 등을 지낸 경력이 있고, 함께 선임된 서정환 창신대 경영회계학과 교수는 새누리당 경남도당에서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도 다시 커지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최근 전무로 영입하려 한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하지 못 했다. 이에 따라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은행연합회의 업무 공백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오게 되면 새로운 업무 파악에만 임기의 절반 가까이가 걸린다”며 “낙하산 인사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병폐”라고 꼬집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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