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전영섭]가스산업, 구조개편 앞서 내실화 필요
전영섭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6-03-16 03:00 수정 2016-03-16 03:24
전영섭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은 천연가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조개편을 통해 가격 인하를 도모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경쟁을 도입해 국민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천연가스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금이 ‘과연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논의하기에 적기인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시점에서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연료 선택이 자유로운 일부 산업과 발전 부문에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먼저 일부 산업 부문에서는 가스가격 조정 기능이 미흡한 점을 이용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발전 부문에서도 계약구조상 언제든지 직수입으로 이탈할 수 있다. 저유가 시대의 구조개편은 에너지 수요 대체가 가능한 산업 부문 또는 발전 회사의 이익이 확대되는 한편 수요 대체가 어려운 일반 가계 부문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는 구조개편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반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는 천연가스산업의 내실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천연가스산업은 막대한 자금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지금 국내 기술 축적 수준을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및 배관망 운영 등 공급 부문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인 데 반해 탐사, 채굴, 액화 기술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가스산업의 발전과 국가 에너지 안보, 국민 편익을 확대하기 위해 자원 개발을 육성해야 한다. 결국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내실화를 통해 저렴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에너지산업 선순환 구조를 조성한 후에 가스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셰일가스 혁명과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우리나라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수단은 바로 천연가스다. 천연가스의 역할을 적극 활용해야 할 때다.
전영섭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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