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식 전문기자의 필드의 고수]쳤다 하면 언더파… “코스 설계자와 대결한다”

안영식 전문기자

입력 2016-02-17 03:00:00 수정 2016-02-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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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수 허송

각종 골프행사 초청대상 1순위로 각광 받는 가수 허송.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안영식 전문기자
“7번 아이언으로 빈 스윙만 3개월간 할 수 있겠습니까?”

10년 전 골프를 처음 배우러 간 연습장의 레슨프로가 황당한 제안을 했다. 웬만한 인내심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독기를 품고 해냈다. 이후 8개월 만에 7자(70타대 스코어)를 그렸고 2년 만에 언더파 골퍼가 됐다.

‘연예계 골프 최고수’로 불리는 가수 허송(54). TV 출연으로만 보면 무명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주요 활동무대인 경기 하남시 미사리 등 라이브 업소에서는 유명 스타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파워 넘치는 가창력이 일품인 그의 대표곡은 ‘추억’과 ‘야’. 특히 트로트곡인 ‘야’는 주부노래교실의 인기곡이다.

2001년 KBS ‘인간극장’에서 8부작으로 방송된 ‘아름다운 동거’는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형편도 넉넉지 않은 밤무대 가수가 소매치기, 가출소년 등을 돌보며 함께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허송이다.

‘인간극장’ 출연은 허송에게 새로운 ‘인생극장’의 시작이었다.

“결혼은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10년 전 개그맨 김정식 씨의 소개로 제가 나온 방송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는 여인을 만났죠. 그때 사업체를 운영하던 아내가 쓰던 골프채 2세트 중 샤프트 강도가 센 것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게 제가 골프를 시작한 계기입니다.”

44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지만 그는 이미 준비된 골퍼였다. 체구(162cm, 64kg)는 아담하지만 스키,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 보유자였다. 탄탄한 하체와 가수의 리듬감으로 그의 샷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음악과 골프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정상에 오르려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가창력(운동 자질)과 피나는 노력(연습), 주변의 지원(경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가수 장윤정 씨가 대표적인 예죠. 기타리스트 유태준 씨가 ‘노래 잘하는 무명 여가수가 있다’며 한번 들어보라며 제가 일하는 업소로 데리고 왔습니다. 장윤정 씨였습니다. 주현미 씨의 노래를 자신만의 색깔로 부르는데, ‘저 친구는 언젠가 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사 등에서 여가수를 찾으면 자신 있게 추천했는데 결국은 ‘어머나’로 성공하더군요.”

허송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베스트 스코어는 5년 전 떼제베CC 블루 티에서 기록한 10언더파 62타(버디 6, 이글 2)입니다. 제 골프 멤버들 사이에서 화이트 티는 언더파 기준이 아닙니다. 드라이버샷은 평균 250m 정도인데 코스에 따라 줄여 치기도 하고 더 치기도 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진정한 고수의 풍모가 느껴진다.

연예인 골퍼 중 세미프로 자격증까지 딴 개그맨 최홍림과 대결하면 결과는? “열 번 치면 예닐곱 번은 제가 앞선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줄곧 언더파를 치는 비결이 궁금했다.

“우선 저는 동반자와 경쟁하지 않습니다. 코스 설계자와 대결한다는 마음으로 플레이합니다. 그리고 세 가지 골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언더파를 칠 수 있습니다. 맞히는 골프(안정성 위주의 실수 없는 플레이), 때리는 골프(자신감 있는 플레이), 까는 골프(버디, 이글을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모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허송이 생각하는 고수와 하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고수는 공이 놓인 상태에 따라 클럽을 선택하고, 하수는 남은 거리만 계산해 클럽을 잡죠. 주말골퍼 대부분은 파 5홀에서 드라이버 티샷 후 3번 우드 등 무조건 길게 칠 수 있는 클럽을 들고 공이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도 자세히 살펴보면 우드샷이 부적합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모한 샷은 금물입니다.”

어떤 일이든 ‘너무 늦은 때’는 없는 듯하다. 40대 중반에 골프를 시작해 최고수 반열에 오르며 각종 골프행사의 ‘초청 대상 1순위 가수’가 된 허송이 그 말을 증명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 허송은 이를 피아노 연주에 비유했다.

“음감이 좋으면 기본만 익혀도 자신이 좋아하는 유행가를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반면 단계를 밟아 바이엘, 체르니 등을 체계적으로 익힌 사람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죠.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습장에서 한두 달 대충 배우고 급한 마음에 머리 얹은 골퍼는 평생 골프를 쳐도 한계가 있습니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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