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기회의 땅이 열렸다]“한반도 7.5배 중동 최대시장 잡아라” 이란 진출 ‘파란불’

서동일기자 , 신수정기자

입력 2016-02-04 03:00 수정 2016-0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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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외교관계 맺은 전통적 우호국가가 문호 개방
국내 건설업체들 특수 기대감 이란정부 발주 대형 프로젝트
발빠른 준비로 수주경쟁 합류



35년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이란의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란은 한국과 1970년대부터 긴밀한 외교관계를 맺어온 전통적인 우호국가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란은 2014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이 4041억 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제2의 경제대국이다. 한반도의 7.5배에 이르는 영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걸프 만과 카스피 해 모두를 접하고 있다. 걸프만협력체(GCC),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와의 연결이 쉬운 지리적 이점도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2위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구 8000만 명의 노동력과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란의 돈줄이 풀리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이란 특수(特需)’가 예상된다.


중동 최대 수출시장 이란을 잡아라

이란은 2014년 기준 수출 26위, 수입 27위의 교역국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는 물량의 30∼40%가 이란으로 재수출되는 것을 고려하면 중동 최대 수출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 수혜 업종으로 건설·자동차·정보기술(IT) 업종 등을 꼽았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 대상국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이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자동차는 2011년까지 10대 수출 품목 중 하나였으나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한국도 동참하면서 급격히 줄어들어 수출이 중단된 바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對)이란 수출은 경제 제재 직전 5년간(2007∼11년) 연평균 1만7000대 수준이다가 경제 제재 이후 2012년 589대, 2013년 1470대, 2014년 1737대로 10분의 1로 급감했다.

기아자동차는 이란 국영 자동차회사인 SAIPA와 합작으로 프라이드 조립공장을 설립했으나 2005년 철수했다. 이후 이란은 부품을 수입, 조립해 프라이드(사바, 프라이드 베타, 나심 프라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경제 제재 해제로 업계에서는 자동차 분야의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란 현지 자동차 기업과 협력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이 개방되면 자국 내 자동차 소비 수요와 함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동차부품, 철강 등의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가 급락에 따른 중동지역의 자동차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수출이 재개되면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경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란의 자동차 생산량은 109만846대로 세계 18위”라며 “제재 해제로 자동차부품을 외국에서 자유롭게 수입하게 되면 2019년 말에는 2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년 전부터 이란 진출을 준비해왔던 포스코는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후 국내에서 최초로 현지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란 철강기업 PKP가 이란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에 건설하는 16억 달러 규모 일관제철소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란 철강 시장은 경제 제재에 따른 수입 규제 등으로 2009년 이후 수입 감소 추세가 지속됐으나 이번 해제로 연간 400만∼500만 t 가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이란발 특수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이란 정부는 2020년까지 214조 원 규모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발주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시장이 다시 열리는 것으로 신규 사업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주 준비를 하는 곳이 많다. 특히 그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이란 정부의 건설 프로젝트와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분야가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화로 8000만 명 소비시장 선점

LG그룹도 빗장이 열린 이란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발 빠르게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LG 측은 “이란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8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라며 “이란 원유 수출이 재개되고 투자가 확대될 경우 이란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구매력도 크게 향상돼 경제성장률이 7∼8%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 이란 지사를 설립한 뒤 2010년 법인으로 전환한 LG전자는 이란 최대 유통업체이자 중동 가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골드이란’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이란 시장 내 입지를 유지, 강화하고 있다. 골드이란은 북미 지역 시어스와 함께 LG전자 최대 매출처 중 한 곳이다.

LG전자는 이란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스마트폰, 냉장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란 내 한국 가전제품 시장점유율은 70∼80%에 이를 정도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란 시장은 구매력이 높아 연간 매출이 10∼20% 성장하는 등 잠재력이 높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이란에서 성공한 이유는 철저히 지역과 문화에 동화된 현지화다. LG전자는 지역 특화형 에어컨으로 이란 가정용 에어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섭씨 60도 이상의 고온에도 강력한 냉방 성능을 제공하는 지역 특화 에어컨 ‘타이탄 빅 Ⅱ’를 2013년에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60도 이상 혹서에도 견딜 수 있는 ‘열대 컴프레서’를 장착했다. 극도의 고온에 의한 컴프레서의 과잉 압력을 낮춰주는 기능으로 뜨거운 외부 열기에도 멈추지 않고 작동 가능하다.

이란 국영 자동차회사인 SAIPA의 공장 내부 모습. 한국무역협회 제공

▼“8000만명 소비시장 선점” 쏠리는 기업의 눈▼


가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재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중동시장에 세계 최초로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내놓은 LG전자는 구매력이 높아진 이란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진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으로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G3를, 2015년에는 G4를 판매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왔다.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전략도 함께 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인 이란은 여성이 혼자 있을 때는 남성이 방문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하더라도 서비스 만족도 결과가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에 착안한 LG전자는 여성 서비스 엔지니어를 모집해 교육을 하고 있다. 고객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핑크색이 섞인 유니폼도 마련했다. LG전자의 ‘핑크 서비스’는 현재 이란 외에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등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도 이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제재전인 2011년 전까지는 전체 원유 도입 물량의 10∼15% 수준으로 도입했다. 이번 제재 해제로 예전 수준으로 거래량을 회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량이 회복될 경우 원유 도입처 다변화, 기존 산유국들의 원유가격 인하 경쟁으로 인한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의 경우 제재 조치 이후 원유 수입 쿼터에 막혀 국내 정유사가 수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콘덴세이트 수입을 주로 카타르에 의존했는데 카타르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수출가격을 시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향후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재개되면 국내 정유사들의 바잉 파워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이란 현지 시장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플랜트 인프라 등 각종 프로젝트 사업 참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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