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과 소로스의 환율전쟁, 원화 피해 막을 비책 있나

동아일보

입력 2016-01-29 00:00 수정 2016-01-29 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조지 소로스, 빌 애크먼 등 헤지펀드 큰손들이 일제히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면서 헤지펀드와 중국 금융당국 간의 환율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소로스가 21일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경제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며 “아시아 통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말 미국 국채를 샀다”고 발언한 것이 도화선이다. 중국은 과거 환투기로 막대한 돈을 벌었던 소로스가 이번엔 위안화와 홍콩달러를 공매도해 환율 급등을 초래했고, 중국 증시 혼란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가 26일 ‘중국을 향해 선전포고? 하하’라는 사설을 1면에 싣고 위안화와 홍콩달러에 대한 투기 공격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3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면 단기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고 자본 유출을 막는 데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불투명한 외환시장과 공산당 정부에 종속된 중앙은행, 시장을 이기지 못하는 정책의 비효율성까지 이미 알몸을 드러냈다. 글로벌 투기자본이 동시에 소로스 편에서 위안화를 공격하면 장기적 전세(戰勢)를 장담할 수는 없다.

소로스 대(對) 중국의 일전은 우리에게도 위협이다.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고 원화는 위안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리(Proxy) 통화’다. 중국의 외화 유출이 심화하면 한국의 외화가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어제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올해 저물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도록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경기 진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본 유출 가능성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환율전쟁의 한 면만 보는 것이다. 원화 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외환보유액을 의미 없이 소진하는 건 더 근시안적이다. ‘통화 스와프가 꼭 필요하다’고 전 세계에 대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이 역시 하수(下手)의 전략이다. 조용하게 흔들리지 않고 줄을 타는 고단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