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화려한 싱글 시절엔 잘 모르는… ‘홀로 살기’의 어려움

박희창 기자

입력 2016-01-26 03:00 수정 2016-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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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싱글에는 리얼리티가 없고, 독거노인에게는 삶의 판타지가 없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사월의책·2013년) 》

뒤늦게 본 영화 ‘인턴’이 남긴 것은 앤 해서웨이의 아름다운 미소가 아니었다. 70대 인턴 로버트 드니로가 매일 입고 출근하던 고급스러운 정장들도 와 닿지 않았다. 가슴에 남은 건 성공한 온라인 쇼핑몰 최고경영자(CEO)이자 워킹맘인 해서웨이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털어놓으며 드니로에게 던진 대사 한마디였다. “혼자 묻히고 싶지 않아요. (만약 이혼을 하게 되면) 처음 보는 이들과 묻히게 되잖아요. 전 묘지의 낯선 독신자들 구역에 묻힐 거예요.”

하지만 혼자 산다는 것의 고통은 무덤에 들어가기 전, 꽤 일찍부터 시작된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의 지적이다.

“1인 가구는 능력 있는 가장이어야 하는 동시에 자애로운 안사람이어야 한다. 이 식탁에 필요한 돈을 제공하는 사람이 이 식탁에 올릴 음식을 요리하고, 이 식탁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까지 처리한다. 1인용 테이블에서는 단독으로 구성된 행위자의 네트워크가 모든 역할을 농축해서 전담하기에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혼자여야 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목욕탕에서 쓰러져 뇌중풍이 와도 병원까지 데려다줄 사람이 없다. 운이 좋아 구급차를 부를 수 있었다 해도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 줄 보호자가 없다. 천운으로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더라도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병원비가 발목을 붙잡는다.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노화는 타인의 도움 없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자립 능력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1인 가구의 확대는 젊은층이 아닌 노인 세대에서 더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35년에는 전체 1인 가구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 가구가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래 살수록 혼자 살 가능성이 높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은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도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혼자 살기 위한 ‘능력’을 갖추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또 홀로 늙는 것은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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