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지애야, 선주야, 성형 수술 꿈도 꾸지마”

동아일보

입력 2010-01-20 10:22 수정 2016-01-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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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구하려고 성형까지 한다니…

신지애(왼쪽)-안선주 선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골프 전문기자가 쓴 칼럼을 보고 여자 골프계의 어이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그에 따르면 골프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외모가 안 되는 선수는 스폰서가 잘 붙지를 않을 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외모에 대해 지적을 받는다고 한다.

기업들은 예쁘고 볼도 잘 치는 선수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스폰서가 필요한 여자 프로골퍼들 중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지 않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 기자는 얼굴이 아닌 실력으로 골프를 매력적으로 만든 선수로 신지애와 안선주를 꼽았다. 그러나 그는 이들도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겨울동안 체중 감량을 하고 있고 골프장에서는 카메라를 향해 억지로라도 미소를 자주 지어야 하기 때문에 골프에만 집중할 수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지애가 누구인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신인상과 상금왕, 공동 다승왕 등을 휩쓴 최강자. 안선주는 역대 한국 여자 골퍼 중 최장타자.

골프에 관한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이들 또한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하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뉴욕타임스는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게재했다.

내용인즉 베이징 올림픽의 각 종목 스타들 중 '자기 종목에 가장 적합한 몸'을 가진 5명을 선정한 것.

뉴욕 타임스는 '역도 여왕' 장미란을 비롯해 남자 육상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제러미 워리너(미국), 여자 멀리뛰기의 나이드 고메스(포르투갈), 여자 리듬체조의 숀 존슨(미국)을 뽑았다.

장미란이 선정된 이유는 '장미란이 고난이도의 연습으로 탄탄한 근육과 역도선수로서 적합한 체격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장미란과 나머지 선수들의 사진을 보면서 "야!, 영화배우나 패션모델 저리 갈 정도로 멋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바로 이런 게 진정한 미(美)가 아닐까.

'얼짱'이니 '초코릿 복근'이니 하면서 외모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세태에서 성형 수술을 하고 갖은 노력을 다해 복근을 만들지만 오랫동안 운동으로 단련되어 온 선수들의 건강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골프 여왕' 신지애나 '장타 여제' 안선주도 외모를 강조하는 주위의 말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시즌처럼 올해에도 나이스 샷으로 필드를 지배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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