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언급한 닌텐도 ‘히트작 메이커’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

동아일보

입력 2009-02-11 02:57 수정 2016-01-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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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런 것 못 만드나” 李대통령 언급한 게임기 제작
“5세부터 95세까지 함께 즐길 게 뭘까 고민
게임=젊은층 통념, 밥상 뒤집듯 깼지요”
타임지 ‘영향력 있는 100인’ 日서 뽑힌 2명중 1명
게임은 재미가 우선… 문외한 아내도 이제는 마니아
한국서 닌텐도 하드웨어에 탑재할 SW 개발했으면
李대통령 호평 기뻐… 한국도 히트작에 도전해 볼만


《타임지가 2007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했을 때 일본인 2명이 포함됐었다. 도요타자동차의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사장과 미야모토 시게루(宮本茂·57) 닌텐도 전무. 천하의 도요타 사장과 이름을 나란히 한 미야모토 전무. 그를 몰랐던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게임계에서는 ‘신화’였다. ‘비디오게임의 아버지’ ‘게임계의 스필버그’로 불리는 닌텐도 개발 총책임자 미야모토 전무를 9일 일본 교토(京都) 닌텐도 본사에서 만났다. 게임 개발자라는 점 때문에 기인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는 수수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것이 ‘모두에게 사랑 받는 게임’을 개발한 비결이 아닐까 싶었다.》

―닌텐도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인가.

“30년 동안 게임을 개발하면서 줄곧 염두에 둔 것은 나와 내 주변 사람이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고 즐기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산다.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이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닌텐도 DS’와 ‘Wii’도 어른과 아이, 온 가족, 주변 사람까지 다 같이 즐길 수 있다.”

그는 2006년 프랑스의 예술문화훈장인 슈발리에장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 문화에 기여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연령으로 봐서, 젊은층이 선호하는 게임을 개발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그는 1952년생이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 어떻게 하면 즐거움에 동참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연구해 왔다. 80대인 부친의 친구 중에는 ‘우리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라’는 사람도 있다. 아내는 게임 문외한이었으나 ‘닌텐독스’가 나온 이후로 게임에 흥미를 갖더니 이제는 밥하는 것도 잊을 정도로 푹 빠졌다.”

―당신에게 게임은 무엇인가.

“(한참 생각하더니) 게임을 만드는 것은 나의 가장 즐거운 취미다. 다행스럽게도 그게 일이기도 하다.”

―훌륭한 게임 개발자의 자질은 무엇인가.

“엔터테인먼트는 늘 고객이 있는 분야다. 게임 개발자는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겸허하고 민감하게 생각해야 한다.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도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이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받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분이었다. 나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닌텐도에 게임 개발자는 몇 명인가.

“하드웨어 개발자를 포함해 1000명 정도다. 외부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약 2000명 된다. 보통 프로젝트별로 30∼70명이 팀을 구성한다. ‘젤다’처럼 짧은 기간에 게임을 만들어 낼 때는 100명이 한 팀이었고, ‘Wii Fit’ ‘Wii 스포츠’ 같은 데는 30명 정도의 팀이 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를 거액으로 스카우트하려 했으나, 편하고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이 닌텐도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닌텐도 개발실만의 독특한 전통이 있다고 들었다.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아니다 싶으면 원점에서 다시 도전하게 한다. 이걸 ‘밥상 뒤집기’라고 하는데, 나만 행사하는 권한이다.”

―Wii는 게임의 개념을 개인에서 가족으로 확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어디에서 힌트를 얻었나.

“15년 전쯤 체중이 늘고 몸이 안 좋아 수영을 했다. 이후 몸무게가 줄어들자 가족이 재미있어 하면서 100g 단위의 체중계를 사준 적이 있다. 그때 몸무게 변화를 그래프로 기록했는데, 온 가족이 관심을 가졌다. 이걸 뒤늦게 실현한 것이 ‘Wii Fit’이다. 5세부터 95세까지 함께 소통하면서 즐기는 게임, 그것이 Wii의 개념이다.”

그는 특히 Wii에 애착이 가는 듯 “스포츠업체 제품으로 어울릴 Wii를 닌텐도가 만들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뿌듯해했다. 그는 2006년 E3(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게임 전시회)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Wii로 테니스 경기를 하기도 했다.

―Wii 다음으로는 어떤 게임을 구상하고 있나. 게임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전체 하드웨어 설계에는 보통 5, 6년 걸린다. 하드웨어에 내장되는 그래픽이나 칩을 만드는 데는 3년쯤 걸린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좌절한 적은 없나.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단념하고 접은 적은 있지만 절망적인 상황은 없었다. 다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는 좀 한다. 굉장히 낙관적이어서 실패했다고 의기소침한 적은 없다.”

―한국의 게임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E3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했다는 걸 느꼈다. 한국은 온라인게임 중심인데, 비디오게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이 닌텐도 하드웨어에 탑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줬으면 좋겠고 함께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한다.”

―얼마 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만들어보자”고 해 화제가 됐다.

“그렇게 평가해줘 기쁘다. 하드웨어 설계는 축적된 경험이 있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세상을 넓고 깊게 보고 사용자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으면 단기간에 히트작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게 소프트웨어의 매력이다. 한국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교토=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닌텐도는 어떤 곳

▼아하! ‘Wii’ 만든 그 회사

발상전환으로 ‘게임왕국’ 구축▼

70년대까지는 장난감 가게서 단순 완구 팔아

2000년대 잠시 추락… 닌텐도DS로 다시 도약

작년 영업이익 8조원… 1인 매출 도요타 5배

세계적인 불황과 엔고(高) 현상으로 소니, 도요타, 파나소닉 등 일본의 간판 기업이 지난해 대부분 적자를 냈지만 닌텐도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8% 증가한 5300억 엔(약 8조30억 원), 사원 1인당 매출은 도요타의 5배에 이른다.

1889년 조그만 화투 제조업체로 출발한 닌텐도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변신하기까지는 두 차례의 전기가 있었다.

창업주의 증손자인 야마우치 히로시(山內溥) 전 사장은 과감한 투자로, 1970년대까지도 장난감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시한 완구를 만들어 팔던 닌텐도를 굴지의 전자게임기 업체로 바꾸어놓는 데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게임보이’ ‘게임&워치’ ‘패미콤’ ‘슈퍼마리오 브러더스’ 등의 히트작을 내놓은 닌텐도는 1980, 90년대 세계 게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닌텐도는 2000년대 들어 일본 소니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시장에 진입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미국 시장점유율이 90%에서 15%로 곤두박질쳤다. 닌텐도 게임기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닌텐도는 다시 한 번 과감한 변신으로 화려한 도약에 성공한다.

청소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자게임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수단으로 바꾸어 놓은 것. ‘닌텐도 DS’와 ‘Wii(사진)’의 등장이 그것이다.

닌텐도 DS와 Wii는 지난해 미국 내 게임기 판매 1, 2위를 차지했다. 세계시장 누적 판매량은 각각 9622만 대, 4496만 대에 이른다.

닌텐도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 DS와 Wii의 성공을 언급하며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우리는 왜 못 만드냐”는 질문을 던져 국내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대해 국내 정보기술(IT)산업 전문가들은 “닌텐도가 수익을 올리는 것은 하드웨어보다 게임소프트웨어”라면서 “지금처럼 불법복제가 만연해 있으면 닌텐도 같은 기업이 태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닌텐도’가 나오려면 상식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DS나 Wii가 나오기 전까지 전자게임은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가족 간 유대를 깬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닌텐도는 ‘뇌 활성화’와 ‘가족’을 핵심적인 마케팅 콘셉트로 앞세워 안방을 파고들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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