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 내린 中 ‘바오치 시대’… 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닥치나

동아일보

입력 2016-01-20 00:00 수정 2016-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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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6.9%라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가 나왔다. 1990년 중동의 걸프전쟁과 옛 소련의 해체, 중국 톈안먼 사태 여파로 3.8%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래 25년 만에 최저치다. 통계 조작 가능성을 들어 실제 성장률은 2.4%에 불과하다는 외국 기관들의 지적도 있다. 증시 폭락과 위안화 환율 상승(평가 절하)에 이어 생산·투자·소비의 3대 지표가 모두 주저앉으면서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커졌다. 이란 석유 수출 재개에 따른 중동발(發) 유가 폭락까지 겹쳐 동시다발적 신흥국 위기가 터진다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세계은행에서 나왔다.

중국의 막강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환율 조작 같은 온갖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음에도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유지)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은 집권 공산당이 시장을 못 이긴다는 의미다. 해마다 1000만 명씩 쏟아져 나오는 노동인력을 취업시키려면 7.2%는 성장해야 일당독재의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 같아선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위도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과잉 부채와 설비, 금융기관들의 부실, 국영기업의 비효율과 부패 같은 ‘중국 특색의 시장경제’의 한계가 드러났다. 2008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150% 정도였던 국가부채가 지금은 250%까지 늘어났다. 재정위기를 겪는 남미 뺨치는 수준이다. 더구나 중국 당국의 외환 및 주식시장 개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시진핑 정부의 무능과 무력함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둔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은 0.2∼0.6%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중국이 수출 증대를 위해 위안화 추가 절하에 나서면 한국기업의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중국 자본 유출은 한국 외화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국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G2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가 18일에야 “예상보다 빨리 중국을 필두로 한 대외 경제불안 요인이 닥쳐오고 있다”고 뒤늦게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중국경제의 추락 쇼크 속에서 정부, 정치권, 노동계의 안이한 자세로 한국이 과연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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