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한반도 상공 이소연과 인사하세요”

동아일보

입력 2008-04-12 02:50 수정 2016-01-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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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첫날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는 11일(한국 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뒤 무사히 첫날을 보내고 본격적인 과학실험을 시작했다. 이 씨는 12일에는 한식으로 만든 우주식품으로 만찬을 한다. 러시아 연방우주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11일 0시 41분 ISS에 도착한 이 씨가 환영회와 교신,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간단한 과학실험을 준비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씨는 오후 3시 20분 자신의 침낭에서 일어나 ISS에서의 첫 번째 아침을 맞았다.》
백홍열 항우연 원장은 “ISS와 우주인 임무통제센터(MCC)가 교신한 결과 이 씨는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다”며 “현재로선 임무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잠에서 깬 뒤 ISS운영위원회가 미리 정해 놓은 식단에 따라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뒤 바로 과학실험을 시작했다.
이 씨는 ISS에 도착한 직후 실험대에 설치한 식물 씨앗과 초파리가 담긴 실험 장비를 관찰하며 무중력 상태에서 씨앗과 초파리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폈다. 그는 돌아올 때까지 계속 씨앗과 초파리의 변화를 관찰하게 된다.
또 무중력 공간에서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직접 ‘셀카’를 찍는 실험도 했다. 얼굴 촬영은 6초 간격으로 한 번에 20회씩 이뤄지며 촬영된 사진이 담긴 메모리 칩은 이 씨가 귀환할 때 지구로 가져온다.
이 사진들은 한남대 미대 조용진 교수팀에서 정밀 분석한다. 조 교수팀은 무중력 상태에서 이 씨가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달린 우주인 신발을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씨가 ‘우주인의 날’인 12일엔 지구에서 준비해 간 한식 우주식품으로 ISS에서 우주 만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인의 날은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처음으로 우주에 갔다가 무사히 귀환한 날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이 씨는 이날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 연구소와 대상, CJ, 오뚜기 등 국내 식품회사가 함께 개발한 우주김치, 우주밥, 우주된장국, 우주고추장 등으로 다른 나라 우주인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다.
우주김치는 캔 형태로 포장됐으며 우주된장국은 튜브형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빨대로 먹는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방사선으로 멸균한 생식바와 수정과, 홍삼차, 녹차 등 우주 디저트가 마련된다. 우주인이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우주라면은 섭씨 70도의 물에서 5분 만에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이 씨는 이들 우주식품에 대해 2차례 평가하며 이 자료는 앞으로 국내 기업들과 연구소가 우주식품을 개발하는 데 이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러시아, 미국 등에서 개발된 우주식품은 300여 종이며 이 중 실제로 사용되는 우주식품은 100여 종이다.
12일에는 새로운 과학실험도 시작한다.
먼저 이 씨는 무중력 상태에서 5kg 이하 물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우주저울을 테스트하며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환경이 눈과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안구압 측정 실험도 한다.
이 밖에 ‘끓는 돌’이라는 뜻의 ‘제올라이트’를 무중력 공간에서 높은 정밀도로 만드는 실험도 한다. 제올라이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이 많이 나 있어 분자 여과기 역할을 한다. 이 씨가 우주에서 고순도로 만들 1g 분량의 제올라이트는 서강대 화학과 윤경병 교수팀이 첨단 재료를 만드는 데 이용될 예정이다.
13일 오후 7시 57분부터 7분가량 이 씨가 타고 있는 ISS가 한반도 상공을 지나간다. 이 씨는 발사 전에 “이 시간 ISS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 5분까지 경기 평택시 한광고 학생들과 무선 통신도 시도한다. ISS는 12, 14일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한반도 상공을 통과할 예정이다.
이 씨는 18일까지 ISS에서 18가지 우주과학실험 등 우주 임무를 수행한 뒤 19일 오후 2시 8분 미국 여성 우주인 페기 윗슨,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 씨와 함께 귀환선을 타고 ISS에서 분리돼 오후 5시 38분 카자흐스탄 초원지대에 착륙할 예정이다.
한편 지상에서 교신 임무를 맡은 고산 씨는 도킹이 성공한 뒤 지난 1년간 훈련을 받아온 가가린 우주인 센터에서 매일 MCC로 출퇴근하며 이 씨의 실험을 돕게 된다.


모스크바=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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