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김인수·김혜은 부부가 소통하는 법” 삶의 디테일을 공유하는 동반자

입력 2015-12-22 16:28 수정 2017-01-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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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다. 애를 낳고 집을 사고 미래의 꿈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부부는 서로의 관계가 정체된 것을 알게 된다. 특별한 문제는 없는데, 말도 통하지 않고 타인처럼 느껴진다. 그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뛰어넘을 수 없게 된다. 이혼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자식과 안정을 위해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해답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에디터 임준 포토그래퍼 윤동길 장소협조 퀸즈파크 청담 (02-542-4074)



“저나 아내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참 많아요.”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김인수 라임나무치과 대표원장과 아내인 김혜은 배우를 만났다. 오렌지색 넥타이가 따뜻하게 보이는 김인수 원장과 멋을 내지 않고 편한 복장을 한 김혜은 배우는 친근하고 정감이 넘쳐 보였다. 부부지만 다른 두 사람의 정서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부부로서 어떤 화학작용을 통해 소통하는지 연결해 보고 싶었다.



마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 김인수

“전 사업을 할 줄 알았어요.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셨고, 당연히 저도 그 뒤를 따라갈 줄 알았죠. 그런데 아버지에게 몇 번의 위기가 오더라고요. 집에도 못 오시고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고, 주위에서 치과의사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의대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원장은 “어떻게 치과의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명쾌하게 대답한다. 라임나무치과는 연예인이나 이름 있는 운동선수들도 많이 찾아오고, 명동점과 강남점 두 곳이 운영 중인 꽤 명망 있는 치과다. 그렇다면 분명 라임나무치과나 김인수 원장에게는 남다른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치과하면 치아를 치료하는 곳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치아가 왜 상한다고 생각하세요? 단순히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에요. 마음이 상하면 이도 상해요.”

에디터는 김 원장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 원장은 내과도 아니고 한의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치과전문의면서 마음을 이야기한다. 의외였다. 골똘히 생각해도 연관이 없어 보인다. ‘마음이 상하면 치아에도 문제가 생긴다? 어떻게 그럴 수있지?’하고 궁금했는데 김 원장이 말을 잇는다.

“아내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교회의 영향으로 타인에 대한 봉사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성경의
가르침이나 예수의 삶을 따라가려고 노력해요. 물론 많이 부족하죠. 병원에서도 오시는 분들의 사연을 많이 들어드리려 노력해요. 시간상 다 들어드리긴 어렵지만, 표정과 말씀을 듣다보면 그분의 마음이 보인다고 할까요? 무슨 고민이 있는 줄 알게 됩니다.”

김인수 원장은 환자를 시술하는 동안, 노래를 불러준다고 한다. 환자가 평안한 가운데 시술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김 원장은 정성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단순히 치아나 구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라며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시술이 끝났을 때, 환자가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손을 잡아줘요. 의사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마음의
병이에요. 그걸 헤아리고 같이 가면 뒤탈이 없다고 할까요. 저나 집사람이나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참 많아요(웃음).”

김 원장의 애정이 듬뿍 들어간 저음의 목소리나 사람 좋은 미소에서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김인수 원장에게 아내, 김혜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 바라봤을 때 이 사람은 모든 것에서 털털하고 솔직해요. 아내는 두 가지가 없어요. 가식이 없고 사치가 없어요. 배우로서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주목을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겠어요. 아내는 집중력이 대단해요. 사람에 대한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빠져들어요. 거기서 전 아내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어요.”


삶의 디테일을 배워가는 배우 김혜은

그날은 왠지 배우 김혜은의 필모그래피를 묻고 싶지 않았다. 요새 ‘핫’하게 잘나가는 배우이니 하는 말도 접어두고 싶었다. 그냥 소소한 삶의 이야기나 연기에 대한 소박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돈이 직결되지 않은 곳에서 무보수로 일할 때 내 자신이 보이는 것 같아요.”

“아직은 삶의 디테일을 보는 눈이 넓지 않아요. 좋은 배우들을 보면 정말 많은 디테일을 보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는 삶을 띄엄띄엄 살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빠져서 살아야 하고 온전히 타인을 이해해야 하는 것 같아요.”

문득 타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궁금했다. 마음의 고통을 헤아리는 치과의사, 타인의 삶에 온전히 빠져 이해하기를 원하는 여배우. 부부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배우 김혜은은 남편과 함께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말한다. 김인수 원장이 장로의 직분을 가지고 있고 어려서부터 받아온 사랑의 정신이 큰 자양분이라고 김혜은은 말했다.

“대학 때는 성악을 전공했고 방송국 아나운서 생활도 오래 했지요. 전 항상 미래에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해봐요. 성악도 아나운서도 참 좋은 직업이지요. 그런데 저 자신이 오랫동안 할 자신이 없었어요. 늦은 나이에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 없어요. 배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배우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이 보인다고 할까? 아까 디테일에 대해 말씀드렸죠? 그런 게 자꾸 보일수록 갈망하게 돼요.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그들이 가진 디테일을 통해 더 많을 것을 깨닫게 되니까요.”

남편 김인수 원장에 대해 궁금해졌다. 어쩌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배우로서 일과 결혼생활을 같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은 배우에게 솔직한 답변을 원한다고 하자 거침없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제 성격과 일 때문에 남편이 부대껴 했어요. 하지만 제가 지금껏 배우와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운 진짜 주인공은 바로 남편이에요. 아마 다른 남자였다면 저를 전혀 이해해 주지 못했을 거예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배우로서 봉사자로서 살아갈 수 있게 이해해주고 도와주고 같이 하는 사람이 남편이에요. 치과의사로서도 정말 좋은 분이죠. 진정성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고 내면의 아픔까지도 파악하려 노력해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많다는 면에서 저하고 많이 비슷해요.”

부부는 닮는다고 한다. 아니 처음부터 닮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혜은 배우는 김인수 원장에 대한 애정을 숨
김없이 고백했다. 두 사람은 많이 다른 성격과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본적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이 닮아 있었다.



안타깝고 절박한 마음의 봉사자, 김인수 원장


“필리핀에 의료봉사하러 갔다가 작은 소녀를 만났어요. 아직 어린 소녀인데 영구치가 벌써 났더라고요. 그런데 그 치아가 썩어 있었어요. 그 치아를 뽑아야 하나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왜냐하면, 그 뒤에 이 아이의 치아를 케어해 줄 상황이 안 되었기 때문이죠. 경제적인 것도 그렇고, 의료시설도 그렇고, 그 소녀의 미래가 보였어요. 좋지 않은 경우죠. 해외 봉사의 경우는 이런 것들이 매우 난감해요.”

해외봉사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김인수 원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 봉사하면서도 허탈해진다. 마음 같아서는 눌러앉아 살면서 아이들을 치료하고 보호하고 싶었다고 김인수 원장은 말했다.

“캄보디아에 갔을 때도 작은 소년이 있었어요. 아이들을 모아 밥을 주는데, 그 녀석이 안 먹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었죠. 그러자 집에 아픈 누나가 있는데 갖다 주어야 한다는 거예요. 괜찮다고 집에 갈 때 챙겨 줄 테니 배부르게 먹고 가라고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죠. 이렇게 일 년에 몇 번 와서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게 문제가 아니구나. 모든 분야에서 아이들이 커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 답답해져요. 모든 것이 다 마음의 병이라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게 보이니까 더 위로하고 싶어지고 그래요.”

김인수 원장은 원래 성악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여러 가지 사정상 치과의사가 되었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통해 치유와 힐링을 처방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단다. 그래서 동문 합창단의 지휘도 하고 레슨을 받으며 노래를 부른다.

“아내와 처음 만났을 때, 나중에 뭐할 것인지 이야기했거든요. 저는 저도 모르게 선교와 봉사를 하며 살 거라고 말했어요. 그게 아내의 마음에 들었다고 해요. ‘이 남자에게는 비전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해요. 굉장한 점수를 얻은 거죠.”

김인수 원장은 10년이 넘은 지금, 그 말대로 살고 있다. 자신이 꿈꿨던 비전을 이뤄가고 있다고 할 때, 김인수 원장에게서 신뢰와 성실이 느껴졌다.



나를 살리는 활력 봉사, 김혜은 배우

김혜은 배우는 NGO 단체인 기아대책 홍보대사다. 그리고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봉사하고 있다. 그 외에도 김혜은 씨는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시간을 내서 찾아간다.

“저는 가출청소년 문제없이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고 봐요.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아이가 거리로 나와요. 그런데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요, 정말 큰 문제에요. 요새는 부모들이 이혼하고 서로 책임지려 하지 않아요. 청소년기에 직격탄을 맞고 인생 전체가 암흑이 되는 거예요.”

김혜은 씨가 제일 염려하는 가출 청소년 문제를 꺼냈다. 가정이 붕괴되고, 사회가 이들을 받아줄 여력이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역부족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사회는 무관심하다. 외국의 기아 사례를 들어 이야기할 줄 알았더니, 국내의 시급한 현안을 힘주어 말한다.

“저는 정말 힘들거나 컨디션이 엉망일 때, 아이들을 보러 가요. 몇 시간이고 같이 앉아서 이야기해요. 그러면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그런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제가 더 많은 위안과 힘을 얻어요. 돈을 받고 일을 할 때 저 자신을 완전히 소진시키고 무보수로 봉사할 때 오히려 많은 충전을 받아요. 돈이 직결되지 않은 곳에서 무보수로 일할 때 나 자신이 보이는 것 같아요.”

자신이 보이는 것. 김혜은 씨는 봉사를 통해서 자신을 보고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세상과 사람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그
것을 토대로 배우로서 세상에 이 모든 것을 들려준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김혜은 배우의 얼굴에는 배우가 아닌 자연인의 표정이 깃들여 있었다.



10년 뒤에 이 부부는 어디에 있을까?


에디터가 이 질문을 하니, 놀랍게도 부부는 똑같은 질문을 아침에 서로에게 던졌다고 한다.

“그렇게 많이 안 변해 있
을 거예요. 집이 바뀌거나, 가구가 바뀌거나 이런 사소한 것들은 있겠지만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 그대로 성실하게 살아가겠죠. 치과의사를 그때까지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은 더 커질 것 같아요.” (김인수)

김인수 원장은 “그렇지만 목회자는 못될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람들이 치유되고 힐링 받는 것을 함께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다시 필리핀의 소녀를 만나러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저도 큰 변화는 없을 거예요. 배우로서, 봉사자로서, 생활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디테일들을 많이 얻게 되면, 그걸 다시 사회로 돌려주며 살려고요.” (김혜은)

삶의 디테일을 공유하는 동반자. 인터뷰에 끝에 생각한 말이다.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도 같은 곳을 바라
보는 원칙과 비전을 계속 환기시키며 살아가는 부부. 더 큰 세상 속으로 가겠지만, 두 사람의 삶은 더 견고해지고 건강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기아대책 봉사 모임에 가봐야 한다고 서둘러 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com), 촬영 윤동길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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