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환경행사엔 하이브리드·‘싸이’에겐 방탄차… 의전車에 답이 있다

이샘물 기자

입력 2015-12-22 03:00:00 수정 2015-12-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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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차량’의 세계

지난해 제67회 칸 영화제에서 배우 제랄딘 페라스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5(수출명 래티튜드)’를 탔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물이나 행사일수록 자동차 회사들은 ‘의전차량’에 관심을 갖는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의전차량은 때때로 자동차 판매사원 못지않은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모은다. 자동차 회사들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을 선뜻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다.

그런데 의전차량에도 나름대로의 문법이 있다. 때와 장소, 인물에 따라 어울리는 차종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은 무슨 차량을, 누구에게 제공해 왔을까?


친환경 이슈엔 하이브리드, 격조 높은 행사엔 최고급 세단

기아자동차는 2011년 5월 호주 출신 유명 모델 ‘미란다 커’가 화보 제작발표회 참석차 방한했을 때 ‘K5 하이브리드’를 의전차량으로 지원했다. 당시 미란다 커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지구촌 전등끄기 2011’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화보의 테마는 ‘건강과 섹시, 청순’이었다. 기아차가 ‘친환경차’인 K5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이유다.

국가의 공식행사에 제공되는 의전차량에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이 필수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3월 칠레에서 열린 ‘제35, 36대 칠레 대통령 이·취임식’에 에쿠스 등 총 186대의 의전차량을 제공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2000∼2014년 총 4차례에 걸쳐 칠레 대통령 이·취임식에 차량을 제공했다. 2007년 중남미 국가 정상회담, 2013년 중남미-유럽 정상회의 등에도 에쿠스, 제네시스 등을 지원했다.

스포츠 행사에서는 고급 플래그십 세단뿐 아니라 보다 역동적인 차량 모델이 의전차량으로 함께 제공되곤 한다. BMW코리아는 6월 국제도로사이클 대회 ‘투르 드 코리아 2015’ 대회에 BMW 7시리즈와 파워풀한 외관의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뉴 X5를 제공했다.

국제행사는 가장 자신 있는 대표모델을 의전 차량으로 제공하며 해외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된다.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대거 방한하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는 2011년 아시아 최초로 경남 창원에서 열린 ‘유엔사막방지협약(UNCCD) 제10차 총회’에 최고급 대표 모델인 ‘뉴체어맨 W’ 10대와 ‘코란도 C’ 5대를 전달했다. 또 2013년 4월 ‘SDF 서울디지털포럼 2013’에도 ‘체어맨 W BOW 에디션’ 5대를 지원했다.

가수 싸이가 탄 ‘에쿠스’ 방탄차. 싸이 트위터



브랜드 이미지 높여 오랜 파트너십 맺기도

의전차량은 단순히 차량의 이름을 알리거나 판매량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서서 소비자들에게 오래도록 해당 차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특정 기관이나 행사와 오래도록 파트너십을 맺고 의전차량을 제공하는 이유다.

르노는 1983년부터 칸 영화제 파트너다. 지난해 제67회 칸 영화제에서는 SM5(수출명 래티튜드) 70대가 지원됐다. 국내에서 르노 마크를 달아 생산해 유럽에 수출한 차량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30년 ‘뉘르부르크 460 풀만’을 교황 비오 11세에게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바티칸과 80년 넘는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1980년대부터 교황 요한 바오로 11세가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주기적으로 이용한 G클래스는 ‘포프모빌‘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2002년부터 G클래스가 M클래스로 교체됐으며, 현재 교황 프란치스코의 공식 의전차는 2013년 7월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제공한 M클래스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의전차량으로 고급 방탄차량이 아닌 기아차의 경차 쏘울을 선택했다. 방한 한 달 뒤, 쏘울은 가톨릭 신자가 많은 유럽에서 1627대 팔리며 8월(745대)보다 118.4%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고, 올해 8월엔 마침내 수출 100만 대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의전차량은 종종 화제의 대상이 됐다. 2013년 2월엔 가수 싸이가 트위터에 에쿠스 방탄차 이용 경험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었다. 당시 현대차는 국빈급 의전용으로만 소량 제작한 에쿠스 방탄차를 싸이에게 제공했고, 싸이의 해외 활동이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중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도 의전차량을 지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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