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의 시장과 자유]‘30-50 클럽 가입’ 이렇게 힘든가

권순활 논설위원

입력 2015-12-16 03:00:00 수정 2015-12-16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권순활 논설위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타자 에릭 테임즈는 올해 47개의 홈런과 4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한 시즌에 각각 40개 이상의 홈런과 도루를 성공시키는 ‘40-40 클럽’은 호쾌한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호타준족(好打駿足)의 상징이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고 1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4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높은 생활수준과 경제규모를 함께 갖춘 선진 경제대국(大國)을 가리키는 ‘30-50 클럽’은 프로야구의 40-40 클럽과 닮은 점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함께 넘어야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10년째 ‘2만 달러의 덫’


현재 30-50 클럽에 진입한 국가는 여섯 나라다. 일본이 1992년 처음 고지(高地)에 올라섰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뒤를 이었다. 모두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강대국이란 공통점이 있다.

달러 표시 1인당 소득은 경제성장률이 높거나,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가치가 강세일수록 유리하다. 일본은 1987년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넘은 뒤 5년 만에 3만 달러를 돌파했다.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의 충격 속에서도 30-50 클럽에 최초로 진입한 것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의 가파른 엔화 강세 효과가 컸다.

한국은 1994년 1인당 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뒤 12년 만인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했다. 2012년에는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 ‘20-50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1인당 소득은 2만8180달러로 3만 달러 문턱에 바짝 다가섰다. 기존 강대국이 아닌 한국이 30-50 클럽에 가입하면 세계사적 의미도 작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12월 “한국은 2015년에 세계 일곱 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낙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광복절 70주년 경축사에서 시점은 못 박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이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앞에 다가온 듯 보였던 30-50 클럽 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얼마 전 LG경제연구원은 저성장과 달러에 대한 원화 약세로 올해 한국의 달러 표시 1인당 소득이 2만7600달러로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글로벌 불황 속에서 한국이 달러 표시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화가치를 높게 끌고 가는 정책은 위험천만하다. 1990년대 중반 일본과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엔화와 위안화 가치를 대폭 낮췄는데도 김영삼 정부가 ‘1인당 소득 1만 달러’를 지키기 위해 원화 약세를 주저했던 것은 외환위기를 부른 하나의 원인이 됐다.


결국 해답은 성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의 의미를 지닌 30-50 클럽 가입의 꿈을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환율 변수는 그때그때의 국내외 사정에 맞추더라도 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해법이다.

미국의 1인당 소득은 2012년 5만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2017년에 6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한다. 과감한 규제혁파와 구조개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인 덕분이다. 확장적인 통화·재정정책을 더 쓰기 어려운 우리 현실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 사례다. 하지만 10년째 이어진 ‘2만 달러의 덫’을 벗어날 방향에 대다수 경제전문가와 국민이 공감하는데도 실제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것이 새해를 불과 보름 앞둔 2015년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