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250명이 4개월간 창업 집중지도

박형준 기자

입력 2015-11-12 03:00 수정 2015-11-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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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샌프란시스코 ‘500스타트업’
전세계서 창업 지원자들 모여… 2015년 1100팀 중 36팀만 뽑혀


문을 열자 남성 두 명이 탁구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오른쪽에 놓인 소파엔 한 남성이 누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난달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500스타트업’을 방문했을 때 첫인상은 이랬다. 초창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메인홀을 벗어나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40여 개의 대형 테이블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창업가들이 앉아 토론하고 있었다.

이들은 올해 7월에 선발된 창업가들이다. 1100여 개 팀이 지원했는데 36개 팀만 선발됐다. 이들은 500스타트업으로부터 투자금 12만5000달러(약 1억4500만 원)를 받고, 4개월 동안 전문교육을 받는다. 교육이 끝나면 투자가 약 400명 앞에서 자신의 사업을 발표한다. 즉석 투자 계약도 이뤄진다.

대형 유니콘 인형을 곁에 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한국계 애어리 유 씨(여)는 미국 시애틀 출신이다. 비싼 물건을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살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올해 5월에 선보였다. 그를 포함한 팀원 5명은 7월부터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해 500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마케팅과 웹비즈니스에 대해 최고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선배 창업자들의 조언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500스타트업은 멘토 250명을 두고 있다. 그 멘토들도 옛날에 다른 멘토로부터 큰 도움을 받아 성공적인 기업가가 됐기에 무보수로 한 달에 5시간씩 500스타트업 사무실을 찾아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

임애린 500스타트업 이사는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에 대해 “특유의 기업하기 좋은 문화다. 모르는 게 있으면 일면식이 없어도 물어볼 수 있다. 투자금도 쉽게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은 고급 주택이나 비싼 옷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창업을 했느냐’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곳이 이 같은 문화를 갖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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