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목욕 함께한 한일 재계 “경제로 관계개선 기회 살리자”

김성규 기자 , 박형준 기자

입력 2015-10-27 03:00 수정 2015-10-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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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日서 한일재계회의

전경련-경단련 화기애애 25일 일본 도쿄 미나토 구 미쓰이클럽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 환영만찬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오른쪽)과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 회장(왼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통역. 미쓰이그룹이 운영하는 영빈관인 미쓰이클럽에 한국 경제인들이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26일 일본 도쿄(東京)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관 4층.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경단련 회장은 한일 재계회의 시작 5분 전인 오전 9시 40분부터 행사장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내리자 사카키바라 회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8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일 재계인들의 친밀도가 그만큼 깊어졌다는 의미다.

한일 재계인 22명은 재계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25일 일본 지바(千葉)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 한국과 일본 재계인 2명씩 한 조를 이뤘다. 골프를 끝낸 다음에는 다함께 옷을 벗고 목욕을 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한일 재계 수장들이 재계회의 전에 골프 회동을 한 것은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 덕분에 양측 재계인들의 친밀도가 부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 회동 뒤 한일 재계인들은 미쓰이(三井) 그룹이 영빈관으로 사용하는 도쿄 미쓰이클럽으로 향했다. 일본 측은 한국 재계인들을 미쓰이클럽 내 와인셀러로 안내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호적인 분위기는 26일 한일 재계회의에서도 이어졌다. 회의에선 ‘협력’ ‘한일 공동’ 등과 같은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허 회장은 “올해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정치적 문제로 인해 서로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교역과 투자 비중이 축소되는 등 경제협력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양국 경제계가 나서 협력 분위기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최근 프레지던츠컵 대회에서 한국 배상문 선수와 일본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 선수가 한 조가 돼 미국 팀을 꺾은 바 있다. 한일 간 손을 잡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끝내지 않았느냐”고 말했을 땐 참석자 전체가 큰 박수를 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전경련 관광위원장)은 한일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중일 동북아시아 3국 공동 관광청 설립’을 제안했다. 박 회장은 “한일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한 동북아시아 3국이 공동 관광청을 설립한다면 외래 관광객 수요 유치 증대 및 3국의 미래 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일본 측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지마 마사미(飯島彰己) 미쓰이물산 회장은 “인프라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20여 건의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시장 확대를 위해 한일 기업이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측은 다자무역체계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했다. 일본 참석자들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한다면 양국 경제협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일 재계 관계가 이처럼 돈독해진 것은 최근 일이다. 한일 재계회의는 양국 정치외교 관계가 냉각되면서 2007년 7월 도쿄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인 사카키바라 도레이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경단련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같은 해 12월 한일 재계회의가 7년 만에 재개됐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26일 한일 재계회의에서도 “경단련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일한관계 강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가 최근 현 정부 들어 첫 한일 정상회담을 눈앞에 둘 정도로 나아졌다. 이 같은 좋은 분위기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한일 재계인들 속에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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