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깜짝인사에 국토부 우왕좌왕… 리더십이 필요한 때
천호성기자
입력 2015-10-21 03:00 수정 2015-10-21 03:00
천호성·경제부
19일 청와대의 깜짝 개각에 장관이 바뀐 국토교통부는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3시쯤에는 장관 비서실장(과장급)을 새로 발령 냈다가 청와대의 개각 발표가 난 뒤 부랴부랴 인사 발령을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장관 교체가 공식 발표된 뒤 3시간이 넘도록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접촉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인 강 후보자가 강의 중 휴대전화를 꺼둬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몇몇 관계자들이 학교에 찾아가 기다린 끝에 후보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국토부의 혼란은 20일에도 이어졌다. 국토부가 강 후보자의 공식 프로필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건 이날 오전 7시 54분. 장관 교체가 발표된 지 15시간 만이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강 후보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국토부 관계자들이 뒤늦게 프로필 자료를 만들었지만 후보자의 ‘결재’를 받지 못해 보도자료 배포가 늦어졌다.
유일호 장관이 취임 7개월 만에 총선이라는 ‘외부 변수’로 장관이 바뀌자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던 국토부 직원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 국장급 간부는 “일이 익을 만하니 장관이 또 바뀌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사무관은 “연말 예산심의 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인사청문회 준비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왕좌왕하는 국토부의 모습이 현 정부 내에서 국토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사고를 겪은 해양수산부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보건복지부와 달리 국토부는 눈에 띄는 실책이 없었는데도 수장이 바뀌었다. 올해 2월 유 장관이 내정됐을 때 제기됐던 “연말이면 물러나야 할 장관이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4대강 사업, 세종시 건설 등 과거 정부처럼 굵직한 국책사업을 맡고 있진 않지만 국토부 앞에 쌓인 정책 현안은 결코 간단치 않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전·월세난 대책은 물론이고 장기화되는 가뭄에 대응하고, 국토 균형발전 전략을 짜는 것도 강 후보자의 어깨 위에 놓인 과제다. 하나같이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과제들이다. 국토부에 어수선한 부처 분위기를 다잡는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천호성·경제부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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