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맥가이버들 ‘아시아 챔피언’ 가린다

황태호기자

입력 2015-10-07 03:00 수정 2015-1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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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서 국제품질분임조대회 개막

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원이대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15 국제품질분임조대회’ 개막식에서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13개국 257개팀 1300여 명이 출전했다. 한국표준협회 제공
《 세계 각지의 현장 근로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산업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 스스로 해결한 사례들 가운데 최고를 가리는 ‘2015 국제품질분임조대회(ICQCC 2015 Korea)’가 2박 3일 일정으로 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원이대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지난달 열린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가 국내 기업들만 참가하는 산업계의 ‘전국체전’이라면, ICQCC는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산업 아시아경기’ 격이다. 》

ICQCC는 1968년 한국과 일본, 대만의 3개국 품질대표기관(한국은 한국표준협회) 간의 국제품질분임조교류회가 모태(母胎)다. 3개 나라가 매년 윤번제로 대회를 열어오다 1976년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지역 10개국을 더해 총 13개국 체제로 개편해 현재의 ICQCC로 재창설됐다.

1976년 1회 대회를 서울에서 연 뒤로 이번 행사는 2005년 이후 10년 만, 횟수로는 7번째 국내 개최다.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 분임조 31개 팀을 포함해 13개국에서 257개 분임조 1300여 명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 삼성·SK 등 국내 대표 기업 출전

ICQCC의 핵심은 6, 7일 이틀에 걸쳐 열리는 경연이다. 9개 발표장에서 경연이 동시에 진행되며 국내 전문가 1명과 해외 전문가 2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게 된다. 발표 후에 이뤄지는 청중의 질의에 대한 답변도 평가에 반영된다.

공공서비스와 제조(전기전자 및 철강, 기타), 효율 개선, 불량 개선, 사무간접 및 시그마6 등 총 8개 경쟁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팀에 금·은·동상을 수여하게 된다.

전국 9366개 사업장에서 56만8217명이 5만6066개의 분임조를 이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은 그동안 매년 10여 개 팀이 대회에 출전하며 우수한 성과를 거둬 왔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10개 팀, 9개 팀이 참가해 전원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는 홈에서 개최되는 이점을 살려 역대 최다인 총 31개 분임조 300명이 참가했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의 ‘뉴런’ 팀과 청주사업장의 ‘제우스’ 팀, 삼성전자 ‘가온길’ 팀, 한국타이어 ‘옵티모 클래식’ 팀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분임조들이 국가대표로 나섰다. 민간기업 외에도 군(軍)의 참여도도 높다. 공군은 교육사령부 1개 팀, 군수사령부 3개 팀 등 총 4개 팀이 참가한다. 육군과 해군에서도 각각 1개 팀이 출사표를 냈다. 또 한국전력공사와 각 지역 발전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공공 부문도 다수 참가했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무선사업부 가온길 분임조는 ‘설비에 강한 인재 육성 PRO-3M 활동으로 설비종합효율 향상’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PRO-3M은 일본식 ‘전사적 생산보전(TPM·특정 부서가 아닌 전 종업원이 설비의 보전 업무에 참가해 불량률을 줄이는 활동 방식)’을 국내 환경에 맞게 삼성전자에서 재구성한 활동을 말한다. 이 활동으로 설비종합효율이 19.2%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육군 종합정비창 ‘전자시그마’ 분임조는 열영상장비(TOD)의 부적합품률 감소를 목표로 내걸었다. TOD는 전방을 감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장비로 부적합품률을 대폭 줄이면서 국방력을 한층 높일 뿐 아니라 연간 25억7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창출했다.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홈 어드밴티지를 적극 살려 역대 최다 수상의 쾌거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역대 최강국 인도, 78개 팀 388명 참가

역대 최강의 성적을 내 온 국가는 인도다. 인도에서는 매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400명에 가까운 근로자가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도 78개 팀 388명의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

인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마힌드라&마힌드라에서는 5개 분임조가 출전했다. 그중 ‘우트카르시’ 분임조는 ‘엔진테스트 중의 유압 저하 문제 제거’라는 주제로 품질 향상을 위한 개선 활동을 선보인다.

이 활동의 결과로 낮은 유압으로 인한 품질 미달인 엔진 수를 월 12건에서 4개월 만에 0건으로 줄여 ‘불량률 제로(0)’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월 수백만 원에 이르던 이 팀의 재작업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대만과 싱가포르에서는 다수의 병원 소속 분임조 팀이 출전했다. 분임조 활동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대회 관계자는 “병원 현장은 안전과 관련된 품질을 개선하는 제조업의 특성과 환자를 대하는 서비스의 특성이 모두 결합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분임조 활동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다젠 병원’ 등 4개 병원에서 각각 1개 팀이 출전했다. 다젠 병원의 분임조는 ‘재활치료 대기시간 줄이기’라는 목표로 진행한 활동을 통해 대기시간을 평균 32.7분에서 6개월 만에 16.3분으로 50% 줄이는 성과를 달성했다. 싱가포르의 ‘싱가포르 병원’에서는 단일 병원에서 6개 팀이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연 외에도 대표단 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이 열린다. 6일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는 홍콩을 제외(중국 반환 이후 대표단 회의는 불참)한 12개국 대표단이 모여 각국의 품질분임조 활동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을 논의했다. 7일 저녁 열리는 환송만찬에서는 문화 한류(韓流)의 주역인 ‘난타’ 공연을 비롯한 풍성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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