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대통령의 선글라스 ‘애국 마케팅’

신연수 논설위원

입력 2015-09-08 03:00 수정 2015-09-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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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는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배우 오드리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아침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티파니 매장 앞에 서 있던 모습은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중년 여성들은 소녀시절 한 번쯤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 청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모습에 반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 직후 선글라스를 끼고 육사생도들의 지지 시위를 지켜보던 모습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착용한 붉은색 선글라스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안경테 및 선글라스 제조업체인 ‘시선(SEE SUN)’이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가운데 하나인 독일 레드닷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모델이라고 해당 업체와 청와대가 확인했다. 가볍고 부러지지 않는 신소재 ‘울템’ 안경테로 만들었으며 소비자가격은 17만8000원이다.

▷대구는 안경 산업으로 유명했으나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고사(枯死) 지경에 처했다. 그러다 항공기 부품에 사용되던 울템을 안경테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부활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이 해외로 떠나면서 일감을 잃은 1, 2차 협력업체들의 사출 금형 표면처리 기술이 합쳐져 세계 최강의 안경테 기술이 탄생했다. 국내 안경테 생산과 수출의 80%를 담당하는 대구는 최근 6년 사이 업체 수가 300곳에서 600곳으로 늘었고 수출액도 연간 8500만 달러에서 1억2000만 달러로 늘었다.

▷전지현이 ‘별그대’에서 입은 천송이코트나 김수현의 타이셔츠처럼 유명 인사들의 패션은 금방 화제가 된다. 선글라스는 물론이고 의류 신발 등은 아직도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브랜드가 인기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도 좋은 것이 많은데 남녀를 불문하고 유명 인사들이 착용하고 다니면 브랜드 홍보에 유리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부에서도 총리 부총리 장관들이 자주 중소기업 넥타이를 매거나 신발을 신고 공식 석상에 나오면 애국 마케팅이 될 것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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