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 거장들이 대한민국에서 발견한 ‘찬란한 찰나’

동아경제

입력 2015-08-03 11:39 수정 2015-08-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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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을 맞아 ‘매그넘 사진의 비밀전-브릴리언트 코리아’가 오는 15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매그넘 작가 9명이 지난 2년간 한국을 방문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주제로 촬영한 사진과 이를 추적하는 영상들로 구성됐다.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한국의 풍경과 한국인의 삶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작업을 해왔던 매그넘 사진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반영될지가 주목된다.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사진이 보여주는 적나라한 현실을 통해 우리는 평소 눈 여겨 보지 못했던 주변의 모습들 속에서 때로는 잊고 있던 자화상을, 때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떤 진실을 만나게 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9명의 매그넘 작가들은 우리의 현재 모습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기록한다. 대한민국이 이뤄낸 성공과 발전 뒤에 가려진 묵묵한 삶의 현장들을 재조명하고, 각기 제 자리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끈 일상의 영웅들을 발견한다.

그들이 포착한 현재 우리들의 모습은 과거를 지나 미래로 이어지는 어떤 결정적 순간의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고, 흔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찬란한 순간에 대한 예술적 기록이기도 하다. 매그넘 사진가들이 보여주는 익숙하고도 낯선 한국으로의 여행, 그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사진철학과 작품 이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밝히는 사진의 비결은 그 여행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이 된다.

전시는 크게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철학(Philosophy), 이것이 투영된 한국(Korea)의 모습, 이 같은 사진을 발굴해 낸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비결(Secret), 매그넘 작가들의 실제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속내를 들어보는 ‘Live Brilliant’로 나뉜다. 이 중 ‘한국’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1000 Years(천 년) ▲ Boundary(경계) ▲ Passion(열정) ▲ Hero(영웅) 4가지 소주제로 나눠 전시된다.

참여 작가들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Philosophy’ 섹션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촬영하되 인간애와 진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매그넘의 작가 정신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주제전의 첫 번째 섹션인 ‘1000 Years’에서는 한국의 전통, 가치, 정신, 공동체, 근대화를 소재로 삼았다. 조선의 유교이념을 500년 이상 간직해 온 안동 하회 마을, 오래된 생활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시 이면의 골목길 문화 등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장면을 이뤄내며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그 기반을 발견하게 한다.

두 번째 ‘Boundary’에서 매그넘 작가들은 DMZ, 현충원, 도심과 재래시장을 누빈 흔적을 보여준다. 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한국에서 DMZ는 남북한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곳이지만 작가들은 이 비극의 경계 공간에서 희망의 찰나를 포착해 -마치 분단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통일 후 평화를 상징하는 기념비로 기억되듯– 치유와 평화를 찾아냈다. 또한 상흔을 거름 삼아 평화의 꽃을 피운 사람들의 공간인 현충원, 북적이는 도심과 재래시장의 경계에서 포착한 삶의 모습을 통해 묵묵한 이들에 대한 헌사를 전한다.

세 번째 ‘Passion’은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강남, 학원가, 도심의 바쁜 일상을 조명했다. 광복 이후 70년 만에 고도성장을 이뤄낸 한국인의 저력에는‘열정’이 있었고, 매그넘 작가들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와 첨단산업의 현장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카메라는 명동, 홍대 입구 등을 누비기도 하지만,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한류열풍의 주인공이 된 강남에도 집중해 미국적인 텍스트를 한국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에서 한류의 근원을 발견하기도 했다.

네 번째 ‘Hero’는 오늘날의 한국을 떠받치고 있는 우리네 주변의 사람들과 젊은이들을 주목했다. 매그넘 작가들이 찾아낸 우리 시대의 영웅은 기념비적 위인이 아니었다. 영웅은 드넓은 갯벌을 누비는 어촌 아낙부터 웃음과 한을 덤으로 사고파는 시장 사람들, 낡고 헤진 아버지의 오래된 구두 등 평범한 일상 곳곳에 있었다. 나아가 관람객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이 시대를 떠받치는 영웅임을 확인하게 해 자부심을 안겨주는 자리다.

매그넘의 사진 비결을 이야기 하는 ‘Secret’ 섹션에서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거장들의 작업 비밀을 만나본다. 셔터를 누르는 결정적 순간, 빛을 다루는 기술, 구도와 프레임, 피사체와 배경의 관계까지 궁금했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추가로, ‘Live Brilliant’ 섹션에서는 한국을 촬영한 9명의 작가들 외, 4명의 매그넘 작가들이 어린 시절과 청춘,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자신의 삶과 미래의 꿈을 사진을 통해 이야기한다.

한편 이번 전시 공간 연출은 2006년 뉴욕 건축가연맹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건축가 양수인 씨가 맡아 이를 통해 관객들은 시간을 잇는 사진과 공간을 짓는 건축의 만남으로 재해석된 전시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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