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 전 재산 기부 선언’ 사우디 왕자와 최규선 회장의 인연

민병선기자

입력 2015-07-15 20:42 수정 2015-07-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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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재산 320억 달러(약 36조 원)의 기부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된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60)의 평전 ‘알 왈리드,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다’(김영사)가 국내서 출간됐다.

2005년 영국 언론인 리즈 칸이 쓴 이 책의 번역자는 김대중 정부 당시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이었던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회장(55). 1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17층 그의 집무실에서 책에 얽힌 이야기와 근황을 들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왈리드 왕자의 사우디 집을 방문했을 때 왕자가 직접 책 번역을 주문했다”며 “왕자가 9월 내한해 출판기념회와 강연을 할 예정인데, 이때 계속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95년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소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만났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현대자동차와 대우에 대한 왕자의 투자를 그가 주선하면서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

최 회장은 “왈리드 왕자가 작은 컨테이너에서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른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인데 기부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한국 젊은이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4차례 왈리드 왕자를 만났다”며 당시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왕자의 집은 4만3000㎡(약 1만3000평)에 방이 317개. 이 중 딸의 거처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데, 그에겐 투어를 허락했다고 전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규선 게이트’ 이후 근황을 물었다. 그는 형을 살고 출감한 뒤에도 검찰과 국세청에서 크고 작은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최근에는 기어·동력전달장치 제조사인 루보를 인수해 사우디 국경의 무인 경비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작고한 마이클 잭슨,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스티븐 솔라즈 전 미국 하원의원 등 유력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비결을 묻자 그는 “내가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올 3월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 앞서 김진수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와 왕자의 만남에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가 “나도 킹”이라고 말하자, 왕자가 “왜 당신이 킹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왕자의 말투를 흉내 내며 “나는 ‘이미테이션 킹(Imitation King)’”이라고 해서 좌중을 웃게 했다는 것이다.

정치에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최근 ‘호남 정치’가 힘들지만 전혀 생각이 없다”며 “사업가로서 미래 먹을거리 사업에 동참하고픈 생각뿐”이라고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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