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제시가 아닌 ‘경청’이 리더의 덕목인 이유는…

조은아 기자

입력 2015-06-29 15:07 수정 2015-06-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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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순한 행동이 사실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다.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실체와 방향성을 갖게 된다.”
―리더란 무엇인가(조셉 자보르스키·에이지21·2010년)

남편은 고민이 있을 때 나와 이야기하면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훌륭한 해법을 제시해서가 아니다. 나는 그저 성의껏 들어주기만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답은 대개 남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다른 고민과 얽혀있던 정답이 대화를 통해 슬그머니 정리돼 마침내 남편이 해답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경청’은 리더의 덕목이다. 리더는 들어주는 과정을 통해 아랫사람이 머릿속에 혼재된 아이디어를 스스로 정리하게끔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내용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에도 접목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과잉활동(overactivity)’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고 성찰할 시간이 없는 과잉활동의 하루를 보내고 나면 대부분 직장인들은 밤에 ‘내가 왜 살고 있지’라고 자문하며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저자는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과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자아를 성찰하며 과잉활동을 극복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글쓰기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효과를 갖는다. 저자는 힘들었던 개인사를 소개하며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질서를 찾고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이 책은 비슷한 부류의 다른 자기계발서들과 달리 저자가 개인사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놓은 게 인상적이다. 갑자기 찾아온 이혼과 방황, 포럼 설립 과정 등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서술하며 저자 스스로 어떻게 치유했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영국 런던대의 데이비드 봄 교수,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1875¤1961) 등의 사상을 맛볼 수 있다.

리더십은 직장인의 덕목만은 아닐 것이다. 책에 소개된 리더십을 아내 또는 남편에게, 혹은 부모가 자녀에게 실행해볼 만하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의 제목은 ‘리더란 무엇인가’ 대신 ‘인간관계의 기술’, ‘일상의 리더십’이 더 타당해 보인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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