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일 욕심 많아야 성취도 큰 법이죠”

박창규기자

입력 2015-06-24 03:00 수정 2015-06-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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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년 리더]<5> 구직정보 제공 ‘잡플래닛’ 윤신근-황희승 공동대표

잡플래닛의 황희승, 윤신근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서울 강남구 잡플래닛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 번쯤 회사를 옮겨본 사람은 안다. 적응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첫 직장 이상이라는 사실을. 이 때문에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은 되도록 많은 정보를 알아보려 애쓴다.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디려는 구직자도 마찬가지다. 사풍(社風)은 어떤지, 사장은 직원의 어떤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지, 저녁이나 주말의 여유를 보장해주는지….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실제 해당 회사를 다녔거나 재직 중인 이들이 직접 평가하고 별점을 매기는 것이다.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회사도 이 서비스에서는 ‘들어오기 위해 참 많이 애썼던 회사지만 그 노력이 사라지는 게 슬픈 조직문화’ 같은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덕택에 이 서비스는 개시 1년 2개월 만에 월 사용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된 기업 리뷰 및 정보도 45만 건을 웃돈다. 이직을 고려하거나 입사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 서비스는 바로 기업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이다.

잡플래닛의 윤신근, 황희승 공동대표(31)는 “회사의 명성이나 지위가 구성원들의 그것과 일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잡플래닛은 기업 문화와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성원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새로운 기업정보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 재미로 시작한 사업이 천직으로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약 10년 전쯤이다. 미국 조지아 주 에모리대를 다니던 윤 대표와 황 대표는 자취방에 있을 때면 종종 이런 얘기를 나누곤 했다. 룸메이트였던 둘은 학교에 가는 날보다 집에서 노닥거릴 때가 더 많았다.

대화 소재의 대부분은 사업 아이템이었다. 유학생을 위한 원서 번역 서비스라든지, 대학가 맛집 배달 중개 사이트 같은 아이디어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장 자취방에 생수가 떨어져 마실 물도 없다는 사실쯤은 중요치 않았다. 남아 있는 맥주로 목을 축이면 그만이었다.

“인생은 여행이잖아요. 기왕이면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재미있는 여행을 떠나야지요. 우리는 사업에서 그 재미를 찾고 싶었어요.”(황 대표)

둘은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지 않은 또래들이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모습과는 다른 행보였다.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위에선 다들 말렸는데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 대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맘을 굳게 먹는 계기가 됐지요.”(윤 대표)

처음 손댄 사업은 역(逆)경매 서비스였다. 판매자들의 경쟁을 통해 구매자가 가장 낮은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후 둘은 소셜커머스 서비스에 손을 댔다. 그렇게 2009년부터 이들은 매년 1개 이상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다른 업체에 매각하고 새로운 일에 다시 뛰어들었다. 독일계 창업 전문회사 로켓인터넷 한국 지사장, 소셜커머스 그루폰코리아 대표 등이 이들이 한때 가졌던 직함이다.

2013년 초, 둘은 다시 힘을 합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구상한 아이템이 바로 잡플래닛이다. 황 대표는 “기존 취업 포털이 단순히 기업에서 보낸 구인정보를 사이트에 노출시키는 식이라면 잡플래닛은 구인구직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잡플래닛은 현재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에인절투자자로부터 113억 원을 투자받았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구직자에게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현재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 추후에는 구직자와 회사를 맞춤형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 “새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도전이 주는 희열 때문”

이들이 항상 탄탄대로를 걷지는 않았다. 외주 회사가 망해 서비스가 차질을 빚기도 했고 젊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시선을 느낄 때도 종종 있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 느끼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저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의 삶도 책임져야 하잖아요. 외부에서는 성공한 젊은 창업가로 보지만 전 그만큼 부담감이 컸어요. 혼자 고민하다 보니 원형탈모증이 생길 정도였지요.”(황 대표)

그런데도 꾸준히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도전이 주는 희열 때문이다. 윤 대표는 “낯선 영역에 도전할 때면 겁이 나는 게 당연하지만 그만큼 큰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창업에 뛰어들 수 있지만 성공이 아무에게나 가는 것은 아니다. 윤 대표와 황 대표는 “자신이 어떤 성격인지 확실히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들의 시선에만 얽매여 직장을 찾는다면 훗날 후회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탐색하기 위한 인턴 과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같은 곳에서 일하려면 욕심과 성취욕이 다른 곳보다 더욱 요구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인턴 면접을 볼 때 하고 싶은 일을 물으면 ‘마케팅을 배우고 싶다’는 식으로 답하는 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학원이 아니거든요. 자신이 성과를 낸 만큼 결과를 가져갈 수 있는 게 바로 벤처예요. 주저하기보다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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