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차이가 빚은 ‘大憂 징크스’ 시즌2
김성규기자 , 정세진기자
입력 2015-06-22 03:00 수정 2015-06-22 03:00
포스코 상명하복 vs 대우인터 모험정신
항명파동 계기 ‘비운의 大宇’ 재조명
《 최근 재계에서는 ‘대우 징크스’라는 말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옛 대우그룹에서 쪼개져 나온 계열사들을 인수하거나, 인수 시도를 한 기업들이 잇따라 불운을 겪기 때문이다. 두산 금호아시아나 한화 GM…. 》
포스코가 2010년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추진하려다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항명 파동에 부딪히자 재계에선 “또 대우 징크스냐”라는 말이 나온 것. 재계는 이번 일이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포스코 그룹의 구조조정 작업 전체와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 인수하는 기업마다 불운
비운의 대우 인수합병사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그룹의 상징이었던 서울역 앞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에 금호아시아나 로고를 달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6조4255억 원에 달했던 높은 인수가격의 재무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한 것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수난을 겪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최근에야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며 기업 재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두산그룹은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다. 사명을 ‘두산인프라코어’로 변경한 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밥캣 등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했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다. 두산은 결국 두산DST 등 일부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이 외에도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KDB산업은행에 납부했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행보증금만 날렸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GM대우를 출범시킨 미국 GM은 2009년 파산 후 GM대우의 이름을 한국GM으로 바꾼 뒤 대표 브랜드로 ‘쉐보레’를 내세우고 있다.
○ ‘승자의 저주’도 영향
외형적으로만 보면 대우 계열사 인수 기업들의 불운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 위험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대우는 ‘모험정신’을 중시하며 과도한 부채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대우를 인수했던 기업들도 M&A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한때 재계 서열 2위로 한국 경제를 주름잡던 대우그룹 출신들의 높은 자존심이 융합과 시너지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많다.
▼ 대우출신 ‘핵존심’… 다른 조직에 쉽게 흡수안돼 ▼
실제 전·현직 대우 임직원들은 그룹이 해체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대우의 정신을 이어가자’며 대우세계경영연구소와 친목단체인 ‘대우인회’를 중심으로 매년 창립 기념행사를 여는 등 끈끈하게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 사태를 봐도 그렇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 중에서도 컨트롤타워였던 ㈜대우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였다. ㈜대우는 대우그룹의 모체인 대우실업이 1982년 대우개발을 흡수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로, 대우그룹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위치에 있던 ㈜대우 출신들이 포스코라는 ‘새 주인’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종합상사’라는 업종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기계설비가 주요 자산인 제조업과 달리, 네트워크가 핵심인 상사는 ‘사람’이 재산이다. 그만큼 각 구성원이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문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금화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국장은 “종합상사 업무는 ‘위에 물어보고 진행하겠다’고 하면 이미 늦는다”며 “결정권이 없는 사람과 누가 일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문화가 대규모 자본 투자에 대해 항상 신중히 결정하고 보수적인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포스코의 조직문화와 잘 어울리긴 힘들다는 것이다.
유충걸 전 대우자동차 전무가 ㈜대우 남아공 지사장을 맡았던 1990년 세계적 광산그룹 ‘앵글로 아메리칸사’에 김우중 회장의 재가 없이 200억 원대의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전·현직 ‘대우맨’들은 이 이야기를 ‘믿고 맡기는’ 대우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포스코도 이 같은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뒤에도 ‘대우’라는 이름을 유지하게 한 데다 파견 인원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대우의 문화가 더 강해져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정세진 기자
항명파동 계기 ‘비운의 大宇’ 재조명
《 최근 재계에서는 ‘대우 징크스’라는 말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옛 대우그룹에서 쪼개져 나온 계열사들을 인수하거나, 인수 시도를 한 기업들이 잇따라 불운을 겪기 때문이다. 두산 금호아시아나 한화 GM…. 》
포스코가 2010년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추진하려다 전병일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항명 파동에 부딪히자 재계에선 “또 대우 징크스냐”라는 말이 나온 것. 재계는 이번 일이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포스코 그룹의 구조조정 작업 전체와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 인수하는 기업마다 불운
비운의 대우 인수합병사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그룹의 상징이었던 서울역 앞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에 금호아시아나 로고를 달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6조4255억 원에 달했던 높은 인수가격의 재무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한 것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수난을 겪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최근에야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며 기업 재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두산그룹은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다. 사명을 ‘두산인프라코어’로 변경한 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밥캣 등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했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다. 두산은 결국 두산DST 등 일부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이 외에도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KDB산업은행에 납부했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행보증금만 날렸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GM대우를 출범시킨 미국 GM은 2009년 파산 후 GM대우의 이름을 한국GM으로 바꾼 뒤 대표 브랜드로 ‘쉐보레’를 내세우고 있다.
○ ‘승자의 저주’도 영향
외형적으로만 보면 대우 계열사 인수 기업들의 불운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 위험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대우는 ‘모험정신’을 중시하며 과도한 부채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대우를 인수했던 기업들도 M&A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한때 재계 서열 2위로 한국 경제를 주름잡던 대우그룹 출신들의 높은 자존심이 융합과 시너지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많다.
▼ 대우출신 ‘핵존심’… 다른 조직에 쉽게 흡수안돼 ▼
실제 전·현직 대우 임직원들은 그룹이 해체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대우의 정신을 이어가자’며 대우세계경영연구소와 친목단체인 ‘대우인회’를 중심으로 매년 창립 기념행사를 여는 등 끈끈하게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 사태를 봐도 그렇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 중에서도 컨트롤타워였던 ㈜대우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였다. ㈜대우는 대우그룹의 모체인 대우실업이 1982년 대우개발을 흡수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로, 대우그룹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위치에 있던 ㈜대우 출신들이 포스코라는 ‘새 주인’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종합상사’라는 업종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기계설비가 주요 자산인 제조업과 달리, 네트워크가 핵심인 상사는 ‘사람’이 재산이다. 그만큼 각 구성원이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문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금화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국장은 “종합상사 업무는 ‘위에 물어보고 진행하겠다’고 하면 이미 늦는다”며 “결정권이 없는 사람과 누가 일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문화가 대규모 자본 투자에 대해 항상 신중히 결정하고 보수적인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포스코의 조직문화와 잘 어울리긴 힘들다는 것이다.
유충걸 전 대우자동차 전무가 ㈜대우 남아공 지사장을 맡았던 1990년 세계적 광산그룹 ‘앵글로 아메리칸사’에 김우중 회장의 재가 없이 200억 원대의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전·현직 ‘대우맨’들은 이 이야기를 ‘믿고 맡기는’ 대우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포스코도 이 같은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뒤에도 ‘대우’라는 이름을 유지하게 한 데다 파견 인원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대우의 문화가 더 강해져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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