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고민 끝… 우수상품 확보… 농가-마트 윈윈

김성모 기자

입력 2015-06-18 03:00 수정 2015-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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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新유통혁명]<3>유통단계 간소화 효과 톡톡

“좋은 과일을 재배하기란 쉽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그걸 판매하는 게 훨씬 어렵더라고요.”

강원 춘천시에서 오이와 토마토를 기르던 양승훈 씨(50)는 2008년부터 멜론을 키우기 시작했다. 춘천 지역에서 오이나 토마토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멜론 농사는 생각보다 더 달콤했다. ‘하니원 멜론’은 이태익 강원대 농대 교수가 개발한 100% 국내 토종 품종이다. 재배한 것 중에서도 당도가 15Brix(브릭스·당의 농도를 정하는 단위)가 넘는 멜론만 골라낸다. 그래서 국산 멜론 가운데 당도가 제일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만큼 멜론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문제는 판매였다. 전국을 돌며 판매처를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판로를 찾아도 머리 아픈 일이 계속 생겼다.

작은 판매처에서 제품이 2∼3일씩 묵다 보니 멜론이 물컹해진 것이다. 양 씨는 “고객들한테 항의가 들어오면 직접 판매처로 달려가 담당자랑 회의를 하는데 해결이 잘 안 될 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어려움을 겪던 중 만난 것이 국내 대형마트였다.


○ 유통 과정은 줄이고 농가 소득은 높이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국산 농산물의 소비를 장려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국내에 있는 우수한 농작물의 산지로 대형마트와 백화점 관계자들이 찾아가 농가와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는 사는 쪽이나 파는 쪽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마트는 우수한 산지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중간 유통과정 없이 받는 만큼 신선하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고, 농가는 판로 확보와 마케팅 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마트가 3월 시작한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이러한 취지에서 기획됐다. 우수한 국산 농산물을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줄어든 유통 마진만큼 싼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산 농산물의 힘을 기르는 게 마트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3개월밖에 안 됐지만 ‘국산의 힘’은 매서웠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된 ‘세발나물’은 평소 매출의 15배가 늘어 10일 만에 연간 매출 규모가 팔렸다. 오골계 농가 역시 한 달 치 물량이 5일 만에 팔리며 완판됐다. 신선하고 값진 국산 농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 명품으로 만들고 해외로 보내고

롯데마트, 한화갤러리아 역시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롯데마트는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롯데마트 해외MD 초청 상품설명회’를 열었는데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상품기획자(MD)들을 초대해 국산 농산물과 농식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갤러리아명품관 ‘고메이494’에서 유통 단계가 축소된 산지 직송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초콜릿빛 오징어’ ‘고당도 수박’ ‘제주 갈치’ 같은 특정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농수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 국산 농산물 중에서도 맛보기가 쉽지 않은 농산물을 명품화해 판매하는 것이다. 또 갤러리아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인 6차 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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