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고유의 맛 살리며 현지문화 양념 더해야”

김성모 기자, 김유영기자

입력 2015-06-12 03:00 수정 2015-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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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글로벌 전략 포럼]채널A-동아일보 공동 주최

11일 aT센터에서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주최한 ‘제34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도 열렸다. 이 행사와 K-푸드 글로벌 전략 포럼은 국내산 농산물 소비 촉진 등의 주제를 공유하며 동시에 진행됐다.
#1 CJ제일제당은 세계 각국의 특성에 맞는 한국 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인들이 실란트로(고수) 향을 선호하는 점을 감안해 ‘치킨 앤드 실란트로 만두’를 내놓았다. 닭 육수를 많이 쓰는 중국에선 닭고기 함량을 높인 조미료 ‘다시다’를,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유산균을 조절해 발효를 덜 시킨 김치를 각각 판매 중이다.


#2 이상준 SN인더스트리 대표는 호떡과 닭강정을 주 메뉴로 미국과 중국, 필리핀에서 매장 2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K-푸드라고 해서 한정식과 같은 고급 음식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며 “한국인들이 간편하게 먹는 음식도 얼마든지 세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K-푸드’(한식 또는 식품 분야 한류를 일컫는 말)도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채널A와 동아일보가 주최한 ‘K-푸드 글로벌 전략 포럼’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연사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채널A와 동아일보는 K-푸드의 세계화를 모색하기 위해 1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K-푸드 글로벌 전략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김우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등 식품·외식 분야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1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K-푸드를 선보이는 해외의 외식업체 매장(국내 업체가 운영)은 2014년 말 기준 3726곳에 이른다. 이는 전년(2717곳)보다 37.1% 증가한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K-푸드 매장을 700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불고기와 비빔밥 등 전통적인 메뉴를 한식의 대표 주자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K-푸드 매장은 길거리 음식 등 한국인이 간편하게 즐기는 음식으로 승부를 거는 게 특징이다. 한국식 자장면을 파는 중국 하얼빈의 ‘순풍’과 한국식 치킨을 선보이는 미국 뉴욕의 ‘가온누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부대찌개 브랜드 놀부의 창업자인 오진권 ‘이야기 있는 외식 공간’ 대표는 “K-푸드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해야 차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빨리 빨리’ 음식을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한 곳도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삼겹살과 한국식 분식으로 성공한 ‘위두’의 전영민 대표는 “간단하게 조리한 음식을 파는 ‘K-Food 익스프레스(Express)’라는 매장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적인 것과 함께 현지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은 다시다와 김치, 즉석 밥인 ‘햇반’, 만두, 김 등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대표 상품으로 정한 뒤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정호 CJ제일제당 전략기획실장은 “세계 진출을 원한다면 한국 고유 DNA를 보존하면서도 현지인의 입맛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최대 식품 박람회인 팬시푸드쇼에서 고추장으로 ‘소피 어워드’(식품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림)를 받은 로린 전 ‘장모김치’ 대표는 “발효를 통해 만든, 달콤하면서도 매운 한국적인 맛을 살린 고추장을 잼 병에 넣고 디자인도 현대화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지속적으로 K-푸드의 세계화를 이루려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마트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외국산 농산물이 식탁을 점령하는 가운데 우수한 국산 농산물을 발굴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수확 시기를 늦춰 당도를 높인 ‘성전감귤’(제주 제주시), 다양한 색깔의 ‘무지개 방울토마토’(경기 고양시), 생태 순환 농법으로 재배한 유기농 쌈채소(충북 충주시) 등을 적극 홍보해 판매 중이다. 전남 해남군에서 특산물인 세발나물을 재배하는 김규호 씨는 “이마트와 거래한 후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농심은 대부분의 감자칩이 수입 감자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국내산 ‘수미감자’로 감자스낵(‘수미칩’)을 제조해 지난해 26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정근 농심 경영기획실 상무는 “당근과 단호박, 사과를 넣은 과자를 개발하고, 꿀꽈배기에 쓰는 꿀을 국산으로 바꾸는 등 국내산 농산물 소비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김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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