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복지공약, 재원 얼마 부족한지 공개한 후 논의해야”

이상훈기자

입력 2015-03-25 19:01:00 수정 2015-03-25 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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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솔직해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약속대로 다 하려면 얼마가 부족할지 솔직히 공개한 뒤 부가가치세 인상을 포함한 모든 재원조달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건전재정포럼(공동대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동아일보, 종합편성TV 채널A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복지제도, 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여야 정치권의 복지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지금부터라도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복지를 늘리려면 재원 마련이 필수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나랏빚으로 부족한 복지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이 계속될 경우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 인기상품이 된 무상복지”


이 날 토론회에서는 유럽의 옛 복지모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한국 현실에 맞는 ‘창조적 복지모델’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강 전 장관은 “3년 전 대선 과정에서 무상복지가 인기상품으로 대두됐고, 여야가 앞 다퉈 모든 계층에 적용되는 보편적 복지를 경쟁적으로 제시했지만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고부담은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 견해’라고 전제한 뒤 “무상급식은 소득 하위 60%는 무상으로, 나머지 40%는 유상으로 하는 게 맞다”며 “무상보육·급식에 연 4조 원이 들어가는 만큼, 보편적 복지사업이어야 한다는 경직적 사고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2013년 기준 전체 예산지출의 9.8%를 차지하는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2035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 대에 달할 것”이라며 “복지지출 증가 속도가 일본보다도 10년 정도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37.0%(514조 원)였던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60년에 168.9%(1경4612조 원)로 늘어날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을 인용하며 “현행 복지제도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는 향후 다른 분야에서 예산을 쓸 수 있는 여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부채를 늘려 복지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많았다. 강 전 장관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채를 매년 발행해 복지재원으로 조달하는 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며 “정부가 ‘나랏빚을 늘려 복지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국정철학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복지공약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한국의 경상성장률이 2017년까지 매년 6.5%를 달성한다고 해도 정부 세수(稅收)는 당초 목표보다 62조 원 이상 부족할 것”이라며 “세입세출 격차가 늘어나는 사태에 대응하려면 재정 운영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가세 인상 논의 피하지 말아야”


참석자들은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부족 재원’ 규모를 정부가 솔직히 공개한 뒤 이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 전 장관은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증세 없이 불가능하다”며 부가세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 전 장관은 “(현재 10%인) 부가세율을 2%포인트 높이면 최고 연 15조 원의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복지재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부가세 인상 논의를 금기시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북유럽 등 보편적 복지체제를 갖춘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부가세 기본세율을 20% 이상으로 인상했고, 일본도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급격한 재정 악화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뒤에야 뒤늦게 소비세(부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이에 대한 논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강 전 장관은 “야당 요구대로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명목세율 최고 25%)으로 되돌려도 늘어나는 세수가 6조 원에 불과해 야당 복지공약에 소요될 추가재원(연간 38조 원)의 16%에 불과하다”며 “복지재원 조달의 근본대책이 되지 않는 법인세 인상을 두고 정치색 짙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두에게 동일한 보육비를 지원하는 무상보육 제도에 대해 윤 부장은 “부모의 소득과 취업의지를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모의 맞벌이 여부와 소득수준에 따라 보육비 지원에 차등을 두는 스웨덴, 호주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 내국세 수입의 20.27%와 교육세를 무조건 투입하는 교육교부금이나 재정상황에 상관없이 일정비율을 지원하는 건강보험 국고보조도 개선해 복지지출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 조학국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이현락 전 동아일보 주필 등 경제 분야의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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