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출고/퇴직공직자 창업, 공직사회 술렁(45판빠짐)

장윤정기자

입력 2015-01-29 09:51 수정 2015-01-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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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눈물 속에 임원 4명의 퇴임식이 열렸다. 권인원 허창언 김진수 부원장보와 최진영 전문심의위원으로, 이들은 모두 1958~1960년생으로 한창 일하며 아이들의 학비를 대야 하는 가장들이다. 금감원 내에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2년 만에 물러나는 이들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 재산이라고 해봤자 다들 집 한 채 정도인데 취업제한도 강화되지 않았느냐”며 “후배들 입장에선 안타까울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한국 사회의 ‘대표적 화이트칼라’인 공직자의 퇴직 후 재취업 길은 사실상 막혀버렸다. 현직 시절 업무와 관련이 없으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취업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이들의 재취업을 용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취업을 못해 집에서 노는 퇴직자가 적지 않으며 아예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퇴직자도 나오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2년간 업무 관련성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취업하지 못한다. 2013년까지 3960곳이던 취업제한 기업 수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이후 1만3466곳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더 확대돼 1만3586곳이다. 심사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자본금 10억 원 미만, 연간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직 공무원 상당수가 재취업을 포기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퇴직한 OB들이 괜히 시끄럽게 구설에 오르느니 2년간 집에 있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수십 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썩히며 ‘백수’를 자처하는 셈이다.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퇴직 공무원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의 한 전직 국장은 금융위 과장 출신 변호사와 함께 컨설팅업체를 개업했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하며 쌓은 전문성을 살려 금융사들에 인허가 및 행정규제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운찬 전 관세청장도 최근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재취업이 여의치 않자 아예 창업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취업제한은 올해 한층 더 강화된다. 3월 31일부터 시행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취업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된다. 업무 관련성도 근무 부서가 아닌 기관으로 확대된다. 취업제한 기관도 시장형 공기업과 사립대, 사회복지법인까지 포함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왕에 나갈 거라면 취업제한이 강화되는 3월 전에 물러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오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은퇴 후 무리하게 민간의 자리를 차지하는 등 취업제한 강화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실력 있는 고위 공직자들을 ‘백수’로 썩히는 게 아까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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