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韓流’ 주역들 뒤엔 ‘SFDF동문회’ 있다

김현수기자

입력 2014-11-26 03:00 수정 2014-1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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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패션디자인펀드 10주년
“한국엔 왜 세계적 디자이너 없나”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아이디어
10만달러 지원금-해외 컬렉션 참가… 수상자들 세계시장서 두각 나타내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후원을 받는 두리 정, 정욱준, 이정선, 최유돈, 허환 씨(왼쪽부터)는 지금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이다. 제10회 SFDF 수상자로 선정된 디자이너 계한희 씨와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수상자인 디자이너 박종우 씨(맨 아래쪽 사진 왼쪽부터)가 나란히 선 채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DB·제일모직 제공
“한국 디자이너가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면 자금 문제뿐 아니라 홍보, 인맥, 영업망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에 부닥칩니다.”

디자이너 계한희 씨는 이제 4년 차 디자이너지만 국내에서는 꽤 인지도가 높다. 올해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해외시장의 벽은 높게만 느껴졌다.

25일 제일모직의 한류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인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10회 수상자로 선정된 계 씨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해외에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SFDF 수상자라는 것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제일모직이 잠재력이 큰 신인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후원하기 위해 만든 SFDF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SFDF는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서현 사장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사장은 세계적인 한국 디자이너가 없다는 점을 늘 안타까워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패션정책 간담회에서 “파슨스스쿨 전체 학생의 40%가량이 한국인일 정도인데 아직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을 정도다.

SFDF 수상자에게는 1년 동안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의 지원금과 해외 컬렉션 활동 시 제일모직 해외법인의 지원 등 혜택이 주어진다. 송주백 SFDF 사무국장은 “앞으로 10년이 됐든, 20년이 됐든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탄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간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에도 SFDF 같은 후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특정 기업이 전적으로 후원을 도맡는 사례는 드물다. 25년 역사의 프랑스 ‘패션예술발전국립협회(ANDAM) 어워즈’는 프랑스 정부와 LVMH, 커링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함께 후원한다. 스타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이 2008년 수상한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보그 펀드’도 협회의 주관하에 여러 기업이 후원을 한다. 세계 최대 패션그룹 LVMH는 올해 처음으로 ‘LVMH 프라이즈’를 만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SFDF의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파리의상조합원 정회원이 된 디자이너 정욱준 씨(2009, 2010, 2011년 수상)는 파리패션위크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허환 씨(2014년 수상)는 지난해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밀라노패션위크 여성복 무대에 데뷔했다. 런던패션위크의 디자이너 최유돈 씨(2012, 2013, 2014년 수상)는 글로벌 패션 웹사이트 ‘스타일닷컴’의 메인 페이지에 오르는 등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 씨는 “세계가 인정하는 기업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브랜드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됐다”며 “해외 바이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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