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제2롯데월드가 랜드마크 되려면

황진영 기자

입력 2014-09-01 03:00 수정 2014-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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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경제부 차장
내 친구 J는 요즘 아들의 유치원 문제로 고민이다. J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은 싱크홀과 동공(洞空)이 연이어 발생한 석촌지하차도에서 불과 80여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 시설이 좋고 교사들이 아이들을 정성껏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나서 몇 달씩 대기해야 들어갈 수 있는 유치원이지만 동공 발견 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아들을 계속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J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가 “동공은 석촌지하차도 아래를 통과하는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시의 발표는 송파구에서 발견된 다른 동공의 발생 원인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모든 원인을 삼성물산의 부실시공 탓으로 몰아간 서울시 발표는 서울시는 면피하고 제2롯데월드는 살리자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석촌동 동공 발생원인 조사위원회 박창근 위원장(관동대 교수)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금 주민들은 패닉 상태”라고 한 말은 조금 과장되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주민들이 동공보다 더 불안해하는 석촌호수 수위 저하의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제2롯데월드 굴착공사가 끝난 이후인 2011년 11월부터 석촌호수 수위는 5m에서 4.3m로 떨어졌고 지하수 유출량은 하루 83t에서 450t으로 급증했다. 석촌호수에서 빠져나온 물이 잠실 일대 지반을 약화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명품관과 영화관 등이 들어서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잠실역 일대의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지는 올림픽대로 하부도로 공사비 1100억 원을 모두 부담한다는 ‘통 큰 결정’도 내렸다. 제2롯데월드에 입점하기로 돼 있는 1000여 개의 업체가 개장 연기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은 개장 승인을 주저하는 서울시에 큰 압박 요인이 됐다.

서울시는 개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주에 저층부 3개동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승인이 공식 발표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개장 날짜도 흘러나오고 있다.

성남비행장의 고도제한 문제로 제2롯데월드의 건축 인허가가 늦춰지던 때 롯데는 “돈 때문이 아니라 서울에도 랜드마크가 될 건축물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신격호 회장의 오랜 염원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 위에 선 랜드마크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노(老)회장의 필생의 사업인 제2롯데월드가 지역주민을 불안에 떨게 해서야 되겠는가. 임시 사용 승인과 별개로 롯데가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황진영 경제부 차장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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