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유로권 범죄조직이 대부분 소유… 별명이 ‘빈라덴’

동아일보

입력 2014-06-21 03:00 수정 2014-06-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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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외국의 고액권은…


중국의 한 은행에서 여직원이 마오쩌둥이 그려진 100위안짜리 지폐 묶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출처 오스트레일리안닷컴
미국 일본 유럽은 한국보다 앞서 고액권을 발행했고 유통 비중도 한국보다 훨씬 크다.

미국 달러화의 최고액권은 100달러(약 10만2300원)짜리로 1914년부터 도입돼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을 전후해 1000달러(1928년), 5000달러, 1만 달러, 10만 달러권(이상 1932년)을 발행했다. 500달러권은 남북전쟁을 치르던 1860년대 처음 나왔다.

100달러를 초과하는 고액권은 1946년부터 발행이 완전히 중단됐으며 1969년 7월 14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유통을 중단시켰다. 결제 수단의 발달로 고액권 수요가 줄었고 위조와 사기가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1만 달러와 5000달러권이 각각 300여 장, 10만 달러권은 16만여 장이 시중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은 중단됐지만 연준에 제시하면 면밀한 검증을 거쳐 100달러권으로 바꿔주면서 완전 퇴장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 시중에서 50달러와 100달러권의 비중은 2008년 말 80.8%에서 지난해 말 83.4%로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금리 여파로 현금을 보유하려는 기업과 자산가가 늘면서 고액권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시민이 100달러권을 사용하는 빈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점포 등에서 100달러권을 내놓으면 위조 여부를 가리는 형광펜으로 계산대 직원들이 살펴보기도 했으나 이런 광경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행하는 유로화의 최고액권은 500유로(약 69만5000원)짜리 지폐다. 올해 기준으로 8500만 장(425억 유로)이 발행됐다. 200유로권 4700만 장에 비해 발행량이 더 많다. 100유로권 이상 고액권은 전체 유로 지폐 발행액수(3268억4500만 유로) 중 31.2%에 이른다.

500유로권은 유럽에서 돈세탁, 마약 밀수, 세금 회피, 테러 집단 등의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500유로권을 폐지하자는 요구도 많았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2006년 이 돈의 유통량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500유로권은 실생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빈라덴’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0년 4월 20일 영국 화폐교환소는 자금 세탁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500유로권 판매를 금지했다. 영국의 강력조직범죄연구소는 “영국에서는 500유로권의 90%가 범죄조직의 손아귀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최고액권은 1만 엔(약 10만 원)권이다. 이 돈에 실린 인물 초상은 일본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1835∼1901)다. 후쿠자와는 1860년대 미국, 프랑스 등을 방문한 뒤 ‘서양 사정’을 펴내면서 일본 근대화의 전도사로 추앙받았다. 1868년에는 일본 최초의 사립 종합대인 게이오대를 설립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옥균 등 한국의 개혁파를 후원했던 그는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나자 자신이 창간한 지지신포(時事新報·산케이신문의 전신) 사설을 통해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했다. ‘아시아 동방의 나쁜 친구를 사절하자’는 내용이다.

중국에선 100위안(약 1만6000원)짜리가 최고액권이다. 앞면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이, 뒷면에는 인민대회당(한국의 국회)이 인쇄돼 있다. 100위안권에는 원래 마오쩌둥을 포함해 저우언라이(周恩來) 류사오치(劉少奇) 등 중국을 건설한 지도자 4명의 옆얼굴이 나란히 실려 있었지만 1999년부터 마오쩌둥 한 명만 넣고 있다. 중국은 100위안은 물론이고 1위안과 5위안, 10위안, 20위안, 50위안권의 앞면에 모두 마오쩌둥의 얼굴을 새기고 색깔만 달리하고 있다.

특파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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