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지금 ‘카지노 열국지’

동아일보

입력 2014-05-29 03:00 수정 2014-05-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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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
마카오 따라잡기


관객 1000만 명 이상을 불러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도둑들’의 배경은 마카오다. 극 중 ‘태양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배우 전지현이 와이어액션으로 벽을 타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은 마카오의 대형 복합리조트인 ‘시티 오브 드림스’이다. 올해 2월 국내 걸그룹 소녀시대의 월드콘서트가 열린 곳도 마카오다. 국내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이 마카오에서 진행되는 등 국내에서도 친숙한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라는 애칭을 가진 마카오는 카지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이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7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만8000달러로 한국의 3배 수준이다. 고성장 덕택으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아 실업률은 1.7%에 불과하다. 일례로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하려면 반드시 마카오 시민권자여야 하는데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마카오 정부도 카지노 호황의 수혜자다. 카지노에서 나오는 세수가 전체의 8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재정 흑자가 지속되면서 마카오 정부는 2008년부터 시민들에게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올해 마카오 시민들은 1인당 9000파타카(약 125만 원)를 받을 예정이다. 마카오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5년 동안 무상 교육이 제공된다.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어 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다.

마카오의 고성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 카지노가 수요 대비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분류되며 중국 내에서 유일하게 카지노가 합법인 곳이다. 작년에 마카오를 찾은 중국인은 인구 대비 1.4∼1.7%로 미국(25%), 호주(35%)에 비해 잠재 수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카오에서는 급증하는 카지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2016년까지 홍콩과 마카오, 주하이를 연결하는 27km의 대교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 다리가 세워지면 홍콩 국제공항에서 마카오까지 차로 30∼45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쇼핑몰, 공연, 전시, 놀이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는 복합리조트 건설도 계획 중이다.

카지노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는 마카오를 보면서 아시아 각국은 제2의 마카오 건설에 한창이다. 현재 아시아에서 내국인 입장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가 있는 곳은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네 곳밖에 없다. 이 중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의 4분의 1 규모이며 필리핀도 투자 규모가 작은 편이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지역적으로 동남아 권역은 싱가포르, 중부 권역은 마카오가 패권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북동부 지역에 대한 주도권 쟁탈전은 이제 막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서는 분위기다. 홍콩의 카지노 재벌 로런스 호는 중국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하기로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인천공항과 연결이 잘 되어 있고 한국인 입국자도 많아 한국도 사정권 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도 인천 영종도에 미국과 중국 합작사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이 신청한 카지노 리조트 설립을 허가했다. 영종도는 중국 및 일본과 가까워 지리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일본도 아베 정부가 2, 3개 도시에 카지노 설립을 허락해 2020년을 전후로 카지노가 합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에서 카지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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