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일, 둘째도 일… 그 생각을 바꾸는 게 문화융성”

동아일보

입력 2014-04-09 03:00 수정 2014-04-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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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한국 프로젝트]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7>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담=박원재 부국장·강수진 문화부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올해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시행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주중에도 문화를 즐기자는 취지로 제도를 만들었다”며 “참여하는 기관과 단체가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유 장관, 동아일보 박원재 부국장, 강수진 문화부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우리 사회는 너무 근엄하고 생산 지향적이죠. 산업적으로 고도화할수록 열심히 일해야만 사회가 유지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 부서(문화체육관광부는)는 ‘문화가 있는 날’ 정책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겁니다. 문화 분야 종사자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도 개선하겠습니다. 창조산업이 발전하려면 환경을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동아일보·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채널A는 9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창조경제, 장관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유 장관과의 대담을 방송한다.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회의에서 ‘저도 미치겠다’는 발언 덕분에 가장 주목받은 장관으로 꼽히는데,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요.

“딱딱한 회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부드럽게 하려고 한 발언이었는데, 주목을 받아 곤혹스럽고 ‘입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 조윤선 여성부 장관과도 사이가 좋습니다.(웃음)”

―창조경제와 더불어 정부의 4대 기조 중 하나인 문화 융성 1년 성적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습니까.

“78점. (문화 융성을 정책 기조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시작이 반이니 50점을 일단 주고(웃음). 1년간 법제도를 개편하고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부터는 문화 융성의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문화 융성의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의미를 다시 설명해 주시죠.

“쉽게 말해 문화라는 가치가 우리 삶의 기본 원칙이 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다르게 사는 법을 생각하자는 것이지요. 추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인문학 진흥을 위해 문체부에 인문정신문화과를 신설했습니다. 취지와 활동 계획은 무엇입니까.

“문화기반국을 신설하고 그 안에 인문정신문화과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인 가치를 찾자는 것이며, 그런 노력을 제도화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의 공유 가치가 무엇이며,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또 민간에서 인문학을 융성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문체부는 세종시에 있고, 콘텐츠진흥원은 곧 전남 나주로 옮깁니다. 문화 현장은 서울에 있는데,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실 문체부 직원들도 (현장과 청사를 오가느라) 피곤하다고들 합니다. 현장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서울로 자주 오니 이동 거리가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세종시에서, 화요일과 목요일은 현장을 만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종시에 가니 자연스럽게 지역이 보이는 장점도 있습니다.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고 봅니다.”

―한류의 중심이었던 일본 TV에서 한국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류 지속을 위해 어떻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사라지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다른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한류가 커지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영화·창조산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한류 콘텐츠가 세계로 진출한 좋은 예입니다. 올해 안에 중동과 러시아 등을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할 것입니다. 월드컵을 계기로 남미에도 진출할 것으로 봅니다.”

―‘문화가 있는 날’의 성과와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무엇입니까.

“처음 시작한 1월에는 회사, 지방자치단체 등 참여 단체가 883곳이었는데, 3월에는 1350곳으로 늘었습니다. 법무부와 경찰청을 비롯해 정부 기관도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키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을 왜 주말로 정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주말에는 당연히 문화를 즐기는 겁니다. 주중에 한번 심호흡을 하고 문화를 즐기자는 것이죠.”

―인천 영종도에 외국 기업 카지노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외국 기업이 결국 ‘내국인 입장 허용’을 요구할 거란 의견이 많은데, 이에 대한 장관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카지노가 입주하는 복합 리조트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것입니다. (카지노가 들어선 이유는) 리조트의 수익률이 카지노 외에는 높지 않기 때문이죠. 내국인 카지노 입장은 정책으로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근엄하고 도덕적인 사회입니다. 강원도 (정선 카지노) 외에 내국인 카지노를 또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 범정부 차원의 ‘스포츠 혁신 특별전담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논의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입니까.

“(안현수 사태에서 보듯이)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스포츠가 가장 공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불공정 신고 포상금제를 실시했더니 신고가 많이 들어옵니다. 불공정 사례가 이렇게 많을지 몰랐어요. 예술계에도 불공정 사례가 있을 것입니다. 재능 있는 체육인과 예술인이 꿈을 펼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창조 경제’에 발맞춰 스포츠산업과가 문체부 내에 신설됐습니다. 왜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글로벌 스포츠기업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시나요.

“국내 스포츠 시장은 외국에 비해 아주 작습니다. 스포츠산업 중에서 용품산업은 세계 시장을 보고 사업을 해야 합니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한 정책적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서비스산업은 지배 이권을 가진 사람들이 놓지 않으려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면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정리=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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