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찬 회장 “지구촌 골퍼 휘어잡을 ‘K골프’ 눈앞에”

동아일보

입력 2014-03-12 03:00 수정 2014-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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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한류 개척 김영찬 골프존 회장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프존 사옥에서 포즈를 취한 김영찬 골프존 회장. 그는 골프를 통해 새로운 한류 콘텐츠를 창조하는 ‘K골프’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골프존 제공
《 2001년 11월 경기 안산시의 한 실내골프연습장. 당시로선 생소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업체인 골프존이 회사 설립 후 1년 6개월 만에 내놓은 첫 제품 시연회를 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마치 전자오락 같으면서도 실제 필드를 돌 듯 생생하게 골프 라운드를 하는 이색 체험에 탄성을 터뜨렸다. “손님들이 희한해하면서 재밌어 하는 모습에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초창기를 회상하던 김영찬 골프존 회장(68)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그렇게 태동한 스크린골프는 이제 동네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대중화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골프존을 국내에서 독보적인 업계 1위로 이끈 김 회장이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골프존 서울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어느새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골프를 향한 열정은 설레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던 50대 중반 때보다 뜨거워 보였다. 》


○ 함께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다

올해 골프존은 격랑을 헤쳐 나가고 있다. 1월 신규 판매 전면 중단 1년을 골자로 하는 스크린골프장 사업주들과의 동반성장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골프존은 500억∼6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됐지만 김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골프 산업 확대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상생해야 한다.”

고속 질주를 하다 잠시 숨을 고른 골프존은 지난달 연습 전용 시뮬레이터인 ‘GDR’를 내놓았다. GDR는 클럽별 거리와 궤도, 구질을 정확히 분석한 뒤 사용자에게 전달해 골프 연습의 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닭장’이라 불리는 실내연습장의 지루함을 대신해 골퍼들이 혼자서도 체계적이고 재미있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했다.

김 회장은 “실제 라운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환경을 설정해 연습할 수 있다. 골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GDR는 기존 시뮬레이터와 같은 판매가 아니라 실내외 골프연습장과 종합스포츠센터 등에 렌털 서비스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낮은 진입 장벽으로 사업주와 골퍼, 레슨 프로 등이 더불어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었다.

‘나눔과 배려’를 강조하는 골프존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니어투어, 주니어대회, 장애인 골프 등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골프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투자해야 한다. 골프존 같은 제2의 벤처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스타트업 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 더 넓은 세상을 향한 ‘K 골프’로

골프존은 5년 단위로 단계별 성장 엔진을 내놓았다. 초창기 제조기업에서 2단계 문화기업을 표방했다. 2016년까지 3단계는 토털골프기업이다. 골프존의 강점인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골프장, 유통, 아카데미, 레슨 등 사업영역을 골프 산업 전반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유통 업체인 골프존마켓은 2011년 8월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25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은 600억 원 정도. 스윙 분석과 전문 교육을 수료한 판매요원 채용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 국내 골프장은 경기 불황과 높은 세금 제도, 회원제 골프장의 예치금 반환 문제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김 회장은 애정 어린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내부 구조조정으로 돌파해야 한다. 골프존은 전북 고창과 경기 안성에 골프장 3개를 갖고 있다. 세 군데 골프장에 사장이 한 명이고 지배인 체제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과다한 조경과 토목 공사 등은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거품을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골프존의 미래로 ‘K 골프’에 주목하고 있다. 한마디로 골프를 통한 새로운 한류 콘텐츠다. “전 세계 골퍼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끊임없이 새로운 놀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는 글로벌 골프 리더 기업이 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태권도가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가 되고 케이팝의 열풍이 지구촌을 휘감듯, 골프 영역에서도 기존 골프에 IT가 결합된 한국의 골프 문화가 세계 골프를 대표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골프 종주국은 영국이지만 내일의 골프 종주국은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그는 또 “레슨 받고 클럽과 용품을 구입하거나 가족 친구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기고 필드에 나가는 등 골프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골프존의 네트워크와 공간에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골프존은 2020년까지 1조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7만 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골프존이 가진 국내외 특허만도 100건이 넘는다. 전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연구 인력으로 채용한 골프존의 연구개발(R&D) 역량은 K 골프의 자양분이 된다.

골프존은 10월 대전에서 K 골프의 허브 역할을 맡을 골프복합문화센터를 완공한다. 국내 최초의 골프 테마파크로 R&D 센터는 물론이고 스크린골프 대회 공간과 중계방송 시스템, 골프존 아카데미, 골프존 마켓, 파3 골프코스 등 골퍼들의 편의시설이 모두 들어선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 선수들을 발굴할 것이다. K 골프의 전도사가 될 프로들도 양성해 해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 사각의 작은 공간에서 출발했던 김 회장의 시선은 어느새 5대양 6대주를 넘나들고 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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