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春低秋高… 이사는 봄에!

동아일보

입력 2014-01-16 03:00 수정 2014-0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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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변동률 조사

10월 결혼을 앞둔 김지은 씨(29·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전셋집 문제로 예비 신랑과 실랑이 중이다. ‘전세난이 심각하니 올봄부터 신혼집을 알아보고 바로 계약하자’는 김 씨와 ‘결혼식까지 빈집으로 두는 게 아깝고, 가을쯤 전세금이 안정될지 모르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신랑이 서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의 의견이 맞을까. 상당 기간 집을 비워두는 손해를 떠안는다면 전세금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김 씨의 손을 들어줄 만하다.


○ 가을 전세금, 봄보다 뛰어

본보가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최근 10년간(2004∼2013년) 전국 아파트 전세금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이사 성수기인 봄, 가을 가운데선 봄에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가을에 구하는 것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봄 이사철인 4, 5월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0.95% 오른 반면 가을 이사철인 9, 10월에는 봄의 1.5배인 1.42%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각각 전월 대비 증감률을 집계해 10년 치 평균을 낸 것이다.

특히 서울에선 가을 이사철 전세금 상승폭이 봄보다 훨씬 컸다. 4, 5월의 전세금 상승률은 0.62%였고 9, 10월은 이의 3배가량인 1.83%였다. 전세금이 3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가을에 집을 구하는 것이 봄에 구하는 것보다 363만 원 비싼 셈이다.

전세금이 크게 뛰었던 지난해는 특히 인기 단지에서 봄과 가을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m²)의 4, 5월 전세금은 연초와 비슷한 5억2000만 원이었으나 9월엔 6억1500만 원, 10월엔 6억3500만 원으로 껑충 오른 뒤 연말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월별로는 이사 비수기인 12월이 전국적으로 전세금 변동률(0.08%)이 가장 낮은 달로 꼽혔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주거 선호지역에선 원하는 입주 시기보다 몇 달 앞서 집을 구하는 것이 낭비가 아닐 수 있다”며 “올 하반기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전망이라 전세금 상승 요인이 더 남아있다”고 말했다.


○ 전세난 탓에 혼전동거?

가을 이사철 전세금이 봄보다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결혼 수요 때문이다. 전세 수요자 가운데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봄보다 가을에 결혼식을 많이 올린다. 통계청이 집계한 2000∼2012년 매월 혼인 건수는 10월이 3만8340건으로 가장 많았고, 11월이 3만784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신부가 늘어 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하려는 심리가 맞물리면서 가을 결혼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새 학년을 앞두고 가을에 미리 집을 구하는 학군 수요 역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최근 전세금은 72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계절별 전세금 상승폭 차이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이명길 커플매니저는 “요즘은 신혼 ‘첫날 밤’이 같이 잠을 잔 지 1000일째라는 뜻의 ‘천날 밤’으로 통할 정도로 성(性)의식이 개방되다 보니 전셋집을 미리 구해놓고 동거하는 것도 전세금 상승기 새 풍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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